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단지 예정지.1000여개의 비닐하우스가 을씨년스럽게 펼쳐져 있는 가운데 '단결투쟁''보상쟁취'라고 쓰여진 깃발만 곳곳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올 하반기 착공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문정동 법조단지가 보상문제로 공사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업을 맡은 SH공사 관계자는 "토지수용위원회 재결신청이 4월 중순쯤 시작돼 6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하반기쯤에야 겨우 철거에 들어가 내년은 돼야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문정동 법조단지 보상은 올 상반기에 끝나도록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거주자 이주대책 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또다시 수개월이 연기됐다. 불법점유자에게는 보상을 해준 전례가 없다는 SH공사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생활대책보상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김주영 SH공사 보상대책팀장은 "축산업자 등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불법적으로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며 "현실적으로 임대차계약서 등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보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농인 · 거주자 등은 자신들이 그동안 임대료를 토지주에게 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2년부터 이곳에서 채소를 길렀다는 김모씨는 "땅 주인들이 때가 되면 찾아와서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거둬갔다"며 "임대차계약서를 요구하면 '나가라'고 얘기해 문서화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