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머지않아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여전히 큰 부담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셰일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등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희망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회복의 근거로 최근 소규모 기업 대출이 20% 증가한 점을 들었으나 경기진작을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미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도 9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 "미국 경제의 자유낙하(free fall)가 수개월 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이후 미국 경제는 탁자에서 떨어지는 공과 같았다"며 "그러나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로 수개월 내 그런 자유낙하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개인소비 지출이 올 들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2월 신규주택과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늘어나는 등 일부 경제지표들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머스 위원장은 다만 "경제의 하강기류는 여전하고 금융시장도 취약한 상태"라며 "한 달에 60만명씩 일자리를 잃는 경제가 하룻밤 새 좋아질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다 해도 1% 성장률에선 실업이 늘어나게 된다"며 실업률은 현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8.5%로,1983년10월 이후 2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재고도 줄고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얼마나 강하고 지속가능한 수준일지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회사들이 FRB 긴급대출프로그램을 통해 빌려간 자금 규모가 지난주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상업은행의 하루평균 긴급대출 규모는 지난주 492억달러로 일주일 전에 비해 105억달러 감소했다. 투자은행의 긴급대출도 176억달러로 19억달러 줄었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기전망기관인 블루칩이코노믹인디케이터스가 민간 이코노미스트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가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월간 경제전망 서베이에서도 미국의 성장률이 3분기에 0.4%에 달해 9월부터는 경기 후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경제도 내년부터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프랑스 방송 TV5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는 올해 최악의 국면을 지난 뒤 내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보넬로 ECB 위원도 "내년부터는 경제가 완만하게나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완/김미희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