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의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다음 날인 10일 전국 병 · 의원과 약국에는 소비자들의 문의와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처방과 조제가 지연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제약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속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관련 의약품 명단을 획일적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회사 이미지만 훼손되고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인근의 A약국은 "환자들이 이미 조제해 간 약 중에 석면 우려 의약품이 있는지 문의해 와 하루 종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서너 명의 고객은 환불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양천구 신정동의 S약국은 "석면 우려 의약품의 대체 의약품을 주문했지만 들어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며 "여전히 석면 의약품에 부주의한 일부 병 · 의원에서 해당 약을 처방해 주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곳을 찾은 김모씨(32 · 여)는 "몸이 아파서 20분 넘게 순번을 기다렸는데 석면 때문에 약을 지어 줄 수 없다고 하니 짜증이 난다"며 "정부가 필요하니까 급히 발표했겠지만 당장 약이 필요한 사람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약국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석면 우려 의약품을 팔고 사는 사례가 여전했다.

약국들은 정부가 지난 3일 이전 생산된 석면 우려 의약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해 최근 조제한 약들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대로 건보공단에 청구하지 못할까봐 크게 우려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아직 석면 우려 의약품의 처방 코드를 막아 놓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3일 이전 생산된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보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석면 오염 우려가 제기된 120개 제약사들은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제품은 모두 공장에 보관 중인데도 이번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돼 직접적인 손실은 물론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등 유명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 등에서 수입한 탤크를 사용하는데 위탁생산 업체에서 문제의 원료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판금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며 "제조원이 따로 있는데 이런 사실은 전혀 표시되지 않아 직접 생산한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걱정했다. 업계는 또 이번 석면 우려 제약사에 다국적 제약사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외자사도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오기 때문에 저가 석면 탤크 원료를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석면 우려 의약품 목록은 어디까지나 제조 관련 서류를 바탕으로 계통 조사한 결과"라며 "허가만 받아 놓고 생산하지 않았거나,원료를 변경하고도 식약청에 신고하지 않았거나,다른 업체에 위탁 생산했거나,생산은 했는데 유통은 시키지 않았다는 등 제약사마다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균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사정을 모두 받아들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식약청은 '억울한' 사정을 토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거쳐 신속하게 판매금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업체들은 수억~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호/김후진/황경남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