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3일 금융권 부실자산 처리 세부 방안인 공공 · 민간투자프로그램(PPIP)을 발표한 지 20일이 지났다. 19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가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어서 PPIP의 본격 가동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금융 안정 대책의 골자인 PPIP는 이르면 다음 달 15일께부터 부실자산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PPIP는 정부가 750억~1000억달러를 투입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자본도 유치해 초기 5000억달러,향후 1조달러로 규모가 확대된다.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처리 민 · 관 공동펀드와 부실 모기지증권 처리 민 · 관 공동펀드로 나눠 운용한다.

실제 부실자산 매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복잡한 절차 때문이다.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부실 모기지 공동펀드의 경우 은행들이 내다 팔 부실 모기지를 결정해야 하고,인수자들의 경쟁 입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공적자금을 받을 은행들이 선별된 후 이런 작업에 들어간다는 게 재무부의 기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 모기지 증권 공동펀드는 우선적으로 5개 이상의 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를 선발해야 한다. 미 재무부는 오는 24일까지 이메일로 업체들의 참여신청서를 받은 뒤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최종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신청서 마감 시한을 당초보다 늦췄다. 재무부는 참여 가능한 업체 기준도 자산관리 100억달러 규모에서 그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부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다. 민간이 참여하지 않으면 PPIP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부실 모기지 공동펀드의 자본금 확충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펀드 운용을 감독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셰일라 베어 의장이 최근 뉴욕에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연기금 펀드를 찾아다니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재무부가 1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들에게 전시채권을 팔아 전비를 조달한 것처럼 소액 개인투자자를 참여시켜 부실자산 해소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가 부실자산을 매입한 후 이익이 나면 대형 펀드만 돈을 챙긴다는 일부의 지적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다가 손실만 안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게다가 이미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도 공동펀드에 투자하도록 길을 열어놔 논란이 되고 있다. 부실 자산을 서로 높은 가격에 사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