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기가 저점을 지나 '봄날'이 오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9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50개 표준점포에서 2300만명에게 판매된 1억3900만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3월 '이마트지수'는 95.6을 기록해 1~2월 지수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1~3월) 지수는 94.8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하락폭은 0.3포인트로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트지수란 이마트가 소비자 경기 호불황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 소비량 측정 지수'를 말한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476개 상품군의 분기별 소비량 변화 패턴을 분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감 여부를 따지는 식이다. 이마트지수의 하위개념으로 의·식·주·문화 등 4대 가계 지수와 품목별 지수가 있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비가 호전됐음을 의미하며, 100 이하이면 소비가 악화된 것이다.

1분기 지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TV, 냉장고 등 가전 내구재 지수의 하락 추세가 진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84.9를 기록했던 가전 지수는 올해 1분기에 85.1을 기록해 소폭 상승했다.

특히 TV, 세탁기 등 대형가전 상품지수가 상승했다는 점은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골프와 등산, 낚시 등 레저용품 지수도 104.9를 기록, 지난 분기보다 8.3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남녀 의류와 유아동 의류 등 의생활 지수는 지난 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하락했다.

4대 가계 지수 중 의생활 지수는 88.8로 지난 분기보다 5.1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2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여성의류와 유아동 의류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이번 불황의 최대 피해품목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변하고 있는 조짐도 나타났다.

1분기 이마트 지수 분석 결과, 한국인의 전통식인 쌀과 즉석밥은 각각 93.0과 90.6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파스타(133.0) 냉장면류(109.6) 국수(118.1) 등 면류 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추장과 된장 등 전통 장류보다 소스와 드레싱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 한국인의 입맛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의 장중호 소장은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무리지만 지수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소비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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