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길목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에도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맨유는 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FC 포르투(포르투갈)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두 골씩을 주고받는 접전 끝에 2-2로 비겼다.

이로써 맨유는 안방에서 승점 3점 확보에 실패했고 두 골이나 내줘 16일 원정 2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박지성(28.맨유)은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웨인 루니와 공격 3각 편대를 이뤄 5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 대표팀 멤버로 지난 1일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1-0 승리에 동참하고 지난 6일 애스턴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결장해 체력을 비축했던 박지성은 호날두와 자리를 바꿔가며 특유의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맨유가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기선은 포르투가 잡았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리산드로 로페스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연 포르투는 2분 뒤 맨유의 방심을 틈타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왼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중 호날두의 패스 미스에 이어 조니 에반스가 걷어내려는 것이 불안하게 처리됐다.

공을 차단한 로드리게스는 한번 수비수를 한 번 제친 뒤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려 왼쪽 골문을 갈랐다.

맨유로서는 철벽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의 부상 결장이 아쉬웠고 포르투에 일격을 당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던 2003-2004시즌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맨유가 포르투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 덕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동점골 행운의 주인공은 루니였다.

포르투는 전반 15분 자기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수비수 브루노 알베스가 백패스를 한다는 것이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해있던 루니의 발에 걸렸다.

루니는 골키퍼와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반대편 골망을 흔들었다.

동료에게 패스를 해주는 듯한 알베스의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책 덕에 건진 루니의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박지성은 전반 막판 왼쪽 측면 엔드라인 가까이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렸지만 공이 뜨면서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반 다소 부진했던 박지성은 후반 들어 공격 지향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상대 아크 정면 노마크 찬스에서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골키퍼가 받았다 떨어뜨릴 정도로 힘이 있었지만 정면인 것이 아쉬웠다.

박지성은 2분 뒤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띄웠으나 공을 받아줄 동료가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 14분 박지성을 빼고 대신 베테랑 라이언 긱스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그러나 곧 이은 루니의 오른발 중거리슛과 네마냐 비디치의 헤딩은 모두 골키퍼 선방을 뚫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에는 폴 스콜스 대신 카를로스 테베스, 에반스 대신 개리 네빌로 각각 교체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테베스 교체 카드는 적중했다.

루니와 함께 공격을 주도하던 테베스는 후반 40분 역전골로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맨유는 오른쪽 측면 드로잉을 루니가 오른발 힐패스로 내주자 테베스가 넘어지면서 차 넣어 전세를 2-1로 뒤집었다.

승리 기대에 부풀었던 맨유는 하지만 후반 44분 포르투의 교체 선수인 마리아노 곤살레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다 잡은 승리를 날렸다.

곤살레스는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살짝 차 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맨유는 호날두의 마지막 오른쪽 프리킥마저 골대를 넘어가 결국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아스널(잉글랜드)은 비야 레알(스페인)과 8강 원정 1차 경기에서 전반 10분 마르코스 세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2분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동점골을 사냥하면서 값진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첼시는 9일 새벽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리버풀과 8강 1차전에서 맞붙는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