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부채 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대출연체율마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가계부채는 688조2463억원으로 한 해 전에 비해 9.1%, 5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53%나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7년 0.55%에서 지난해 말엔 0.6%로 높아졌고 지난 1월 0.82%, 2월 0.89%로 올 들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빚진 가구 중 3분의 1은 가처분 소득에서 생활비와 부채상환액을 빼면 적자이고 소득수준 하위 20% 가운데 적자 가구가 3분의 2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처럼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해 다시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경제주체인 가계의 자금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은 고사하고 가계 신용 악화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가계 부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취약층 및 저소득층 지원책이 나왔고 개인 프리워크아웃 제도 역시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며 좀 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채무 조정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크다. 아울러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부동산 구입에 따른 가계 빚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도 유념(留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