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사정 악화와 소득 감소 등으로 가계가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 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신용위험 지수는 6년 전 카드 사태 당시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해서도 우려해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면담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3년 4분기(32)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2003년 당시는 카드 연체 급증과 카드채 사태 등으로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시기이다.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작년 1분기와 2분기 각 13, 3분기 22, 4분기 25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뜻으로, 가계가 채무를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질 것으로 은행들이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안정분석팀의 신성환 과장은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은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담보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47로 전월과 같았으나 작년 4분기의 56에 비해서는 낮았다.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도 22로 전분기의 19에 비해 3p 상승했지만 작년 4분기의 28에는 못미쳤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태도는 여전히 엄격했다. 올해 2분기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6으로 전분기의 -22에 비해 악화됐다.

가계일반도 -9로 전분기와 같았다. 중소기업은 31에서 41로 올라갔다.
대출태도 지수가 플러스이면 '대출완화'를, 마이너스면 '대출억제'를 하려는 은행이 많다는 뜻이다.

신 과장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을 확대하느라 대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30으로 전분기의 18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대기업은 13에서 16으로, 가계 주택.일반은 각각 -3에서 13으로 각각 상승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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