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서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양지바른 물가에 일찌감치 피어났던 개나리는 이미 기세등등하다. 봄이 깊숙이 찾아왔다. 일년 중 꽃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란색 산수유는 이번 주 수도권 지역에서 화사하게 피어오르고,하얀 벚꽃도 화려한 자태를 뽐낼 채비를 하고 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꽃동산을 다녀왔다.

◆개나리 · 산수유꽃

개나리꽃은 색감이나 자태로 따지자면 '봄의 전도사'로 손색없지만,흔하디 흔하다고 여겨져 봄꽃치고는 은근히 푸대접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개나리꽃이 한자리에 가득 모여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나리가 샛노랗게 피어나 산을 온통 장악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가면 단번에 '개나리의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다. 개나리가 낮은 산자락에서 물러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번 주말에 들러보면 어떨까.

산수유는 그 열매가 한약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의 주재료일 만큼 신장 기능 강화 등에 효험이 있다고 이름나 있다. 그 꽃은 그런 효능 못지않게 지천을 샛노랗게 물들이며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경기도 양평과 이천에서는 산수유꽃 개화에 맞춰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나란히 산수유꽃 축제를 연다. 이천과 양평 일대에 피어나는 산수유꽃은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루지만,다음 주까지 여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내리와 주읍리에는 구불구불한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로 산수유 나무 7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뤄 아늑한 시골 마을의 정취와 샛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의 정취를 함께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양평 산수유 · 개군한우 축제' 기간에는 소를 경매 · 매매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임시 우시장이 열려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인근 용문사와 용문산,양서면 두물머리에 들러봐도 좋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도 산수유 군락지로 이름난 곳이다. 백사면 도립 1리,송말1 · 2리,경사1 · 2리 등 5개 마을에 산수유 나무 1만7000여 그루가 있다. 백사면에 산수유 나무가 자라게 된 계기는 조선 시대 기묘사화 때 낙향한 남당 엄용순 등 선비 6명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이 유래 덕에 산수유꽃이 선비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천에서도 역시 3일 동안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공연,사진전시 등 부대행사가 열린다.

◆벚꽃

서울에서 벚꽃은 다음 주에 절정을 맞는다. 지금은 성질 급한 일부가 슬며시 꽃잎을 펼치고 있고 대부분은 아직 봉오리가 잡혀 만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서울에서 벚꽃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명소는 역시 여의도다. 국회 뒤편 여의서로는 흐드러진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또한 여의도에서는 벚꽃 개화에 맞춰 8일부터 12일까지 ' 2009 한강여의도 봄꽃 축제'를 연다. 축제 첫날인 8일 봄의 시작과 꽃이 피는 과정을 연출한 대형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공중 퍼포먼스,무용 ·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행사 기간 내내 개최된다. 또 벚꽃이 피는 기간인 3일 낮 12시부터 18일 자정까지 여의서로에서 차량 통행을 막아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다. 이 기간 중 야간(오후 7~12시)에는 조명이 설치돼 밤에도 벚꽃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서울 남산에서도 7일부터 11일까지 벚꽃축제가 열린다. 벚꽃나무가 줄지어 있는 남산 북쪽 순환길은 좋은 산책로가 된다. 서울시 숲속여행 프로그램 홈페이지(san.seoul.go.kr)를 통해 미리 신청하면 8일과 11일 평상시에 개방되지 않는 '소나무 탐방로'를 이용할 수 있다. 축제기간 중에는 작은 음악회나 시낭송회 등 행사가 열린다. 부근의 한옥마을이나 N서울타워를 들러봐도 괜찮다.

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진행되는 '워커힐 봄꽃 축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워커힐호텔 측은 "올해에는 숲 속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만들어 벚꽃 외에도 라일락,은방울꽃,설유화 등의 다양한 봄꽃 나무 5000여 그루를 추가로 심었다"고 설명했다. 워커힐호텔 내 피자힐 산책로 부근에서 봄의 정취를 맞이할 수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