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의 질주 ⑥] "온라인게임 제휴하자"…해외서 하루 수백여건 '러브콜'
온라인 게임업체인 엠게임의 최승훈 이사는 요즘 해외 게임회사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을 열어보는 게 중요한 일과다. 하루에 들어오는 사업 제안 이메일만 평균 200여통에 이른다. 대부분 다른 나라 업체가 사업을 함께 하자며 보내는 메일이다.

최 이사는 그렇지 않아도 해외 파트너를 챙기기에 바쁘다. 한 달에 20일 이상 해외에 머무를 정도다. 최 이사는 "중국 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머물던 한국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최근 들어 터키 브라질 콜롬비아 러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사업 제안서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엠게임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넥슨,NHN,CJ인터넷,네오위즈게임즈 등 다른 게임회사들도 해외 업체들의 제휴 제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출의 80~90%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게임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게임산업은 불황 속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업종이다. 돈이 덜 드는 오락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환율 효과로 한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까지 높아졌다. 이런 식이라면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판 '닌텐도 신화'를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게 요즘 분위기다.

실제 그렇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대표적이다. 아이온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시 두달 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바람을 중국으로 몰고 갔다. 지난 26일부터 공개 시범서비스에 들어가 시장을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대만 일본 미국 유럽 시장에도 '아이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엔씨소프트가 목표하는 올 아이온 수출목표는 1700억원.회사 전체 목표액의 절반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8년간 5000억원의 수출 성과를 거둔 '리니지' 시리즈를 금방 뛰어넘을 전망이다.

다른 업체들도 해외공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12개국에 진출한 엠게임의 올 수출 목표는 400억원.작년 (263억원)보다 50% 늘었다. 조이맥스의 '실크로드 온라인'은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터키 이집트 영국 루마니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폴란드 등에서 바람몰이를 하며 작년 매출 329억원의 9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전찬웅 조이맥스 사장은 "인터넷으로 세계 게이머들이 한곳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의 장점 때문에 앞으로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일렉트로닉아츠(EA),밸브,액티비전,코에이,캡콤 등 밀리언 셀러 게임을 만든 세계적 게임업체들도 한국 온라인 게임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EA는 네오위즈게임즈와 손잡고 '피파'(축구게임) 'MBA스트리트'(농구게임) 등 자사의 인기 게임들을 온라인 게임으로 다시 만들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사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같은 비디오 게임기에도 온라인 기능이 추가될 만큼 온라인 게임이 대세"라며 "10년 넘게 온라인 게임 기술과 노하우를 쌓은 한국 업체들에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게임업체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시티,인터넷TV(IPTV),전자거래시스템,지능형교통시스템(ITS),생체보안 분야도 '제2 정보기술(IT) 코리아' 신화를 일굴 주역들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작년 SK C&C,SK건설 등 계열사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 U시티 단지를 건설하는 1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U시티 수출문을 열어 젖힌 셈이다. SK텔레콤은 2013년까지 20만㎡의 문화산업단지에 IT네트워크 및 설비를 갖춘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방송 · 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도 페루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과 수출 논의가 한창이다. 테러 예방을 위해 각국 정부가 국제공항 등에 도입하고 있는 생체보안 시스템 시장에서는 국내 보안 벤처기업인 슈프리마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 경찰청,브라질 경찰청,덴마크 국영 도서관,등 100여개국에 생체인식 보안제품을 수출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시스템도 글로벌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선두는 IT서비스 기업인 LG CNS다. 이 회사는 작년 3월 두바이 도심에서 50㎞ 떨어진 밥알샴에 LED 스크린을 구축해 성가를 높였다. 놀라운 것은 사막 한 가운데에 가로 30m,세로 10m의 대형 LED 스크린을 불과 3일 만에 만들었다는 점이다. 공사기간을 3분의 1로 단축, 현지에서 'You are heroes(당신이 영웅이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IT의 성가가 높아지자 아예 한국에 와서 기술을 배우려는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무역 전자정부 사절단을 꾸려 한국에 보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어바인,라스베이거스 등 3개 도시는 현지 한인타운에 1억~3억달러 규모의 U시티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 교통센터,상암동 디지털 파빌리온 체험관 등을 최근 견학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의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권선흥 KOTRA 보고타 무역센터장은 "ITS,모바일 인터넷,디지털TV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인 남미 국가들이 한국 IT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민지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