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수비를 무너뜨릴 때 세트피스만큼 좋은 무기가 있을까.

허정무호도 4월1일 열릴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경기를 앞두고 다시 세트피스를 갈고 닦았다.

축구대표팀은 29일 오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1시간30분가량 훈련을 실시했다.

종아리를 다친 미드필더 조원희(위건)가 불참한 가운데 전날 이라크와 친선경기(2-1 승)에 선발 출전한 10명과 정성훈(부산), 김치우(서울)는 따로 회복훈련을 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미니게임 등을 하며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보통 주전조의 선수들은 러닝과 스트레칭, 가벼운 볼 뺏기 등을 하다 먼저 훈련을 끝내기도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이들이 40여 분 몸을 풀고 나자 골대 앞으로 불러들였다.

세트피스를 훈련하기 위해서였다.

20분 동안 진행된 세트피스 훈련에서는 기성용(서울)이 전담 키커로 나섰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이근호, 황재원(포항), 강민수(제주)가 공격팀으로 나섰다.

수비는 이영표(도르트문트)와 정성훈(부산), 김치우(서울), 오범석(사마라)이 맡았다.

공격 팀원들이 중앙에 상대 수비와 함께 몰려 있다가 박지성의 뒤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신호탄으로 기성용이 프리킥을 쏘아 올렸고, 이근호가 앞에서 속칭 '잘라 먹기'를 하거나 중앙에서 키가 큰 황재원과 강민수가 헤딩을 시도했다.

허 감독은 이근호의 헤딩슛이 골대를 벗어나자 "아, 너무 뜬다. 이건 골이거든"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박주영과 강민수의 슛이 불발되자 "뭐하러 뛰어들어가는 거야. 골 넣으러 가는 것 아냐?"라고 물으며 선수들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키커 기성용에게는 "킥에 부담 갖지 말고 어제처럼 자신 있게 차라"고 독려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더 나은 공격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허 감독은 훈련 후 "선수들이 자꾸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다. 운동장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인데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공격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라크전에서 수차례 프리킥이나 코너킥 기회가 있었지만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도 "이라크전에서 나타났듯이 찬스는 많았지만 좋은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보완할 점에 대해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허정무호는 지난 1월 제주도 서귀포 훈련 때부터 세트피스를 꾸준히 훈련해 왔다.

이후 몇 차례 경기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득점을 뽑는 등 훈련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꺾고 조 1위로 올라선 북한은 한국과 원정경기에서는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조심스럽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모두 비긴 북한과 네 차례 맞대결에서 총 두 골을 뽑는데 그쳤을 만큼 북한의 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력을 높인다면 그만큼 북한 공략은 수월해질 수 있다.

(파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