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금융허브를 노리는 중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금융허브 도시를 놓고 서로 경쟁하던 상하이와 베이징 가운데 상하이 국제금융도시 육성안을 승인하고 나선 것이다. 2020년까지 뉴욕 런던에 버금가는 국제금융도시를 완료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骨子)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왔던 금융자본주의가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이 위기 이후 금융 주도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중국의 의도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의 안전성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 우선 그렇다. 미국 국채를 상당량 보유한 중국으로선 응당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보다는 저변에 깔린 의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달러 대신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세계 공용 슈퍼통화로 하자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미국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서 미 · 중간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위기 이후 통화체제가 결코 달러 주도로만 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몇 개의 통화를 중심으로 다극체제가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세계금융의 주도권을 두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중국의 상하이 금융허브도시 육성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발빠른 행보는 그동안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쳐왔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좁은 나라에서 각 지역들이 금융허브를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한 곳에 역량(力量)이 집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금융허브를 하려면 규제여건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하는데도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이유로 곳곳에서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지금의 우리 현실이다.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미적거리고 있으면 우리는 위기 이후 미국 영국 중국 등이 금융주도권을 다투는 것을 구경만 해야 할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