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으로 총 1조원의 유동성 마련에 나선다. 단기적으로 250%를 넘어선 부채비율을 낮추고 전선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명실상부한 세계 1위 전선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이는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레저 건설 등으로 경영다각화를 펼쳐온 전략에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상환우선주 발행

대한전선은 올해 1조원이라는 거금의 상당 부분을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조달 금액은 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상환우선주는 채권처럼 확정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익이 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상환우선주에 투자를 하게 되면 보통주보다 앞서 배당금을 확정받을 수 있다. 또 보통주로 전환할 때에도 1 대 1보다 높은 비율로 주식을 전환할 수도 있다. 단 여기엔 단서가 달려있다. 회사에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만 이 모든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이 수익을 전제로 하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자신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은 2007년(2조786억원)보다 17.60% 오른 2조4445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007년 674억원에서 21.89% 올라선 822억원을 기록했다.

◆전선 세계 1위의 꿈

대한전선이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 등으로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은 세계 톱클래스의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을 연내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탈리아 피렐리 그룹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프랑스 넥상스와 함께 세계 전선업계 1위를 다투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7년 5000여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9.9%를 사들여 2대 주주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올초에는 프리즈미안 지분 관련 간접금융상품 투자로 연대를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선시장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기 위해 프리즈미안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즈미안과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핵심 계열사 대거 매각

대한전선이 올해 갚아야 하는 금융권 빚은 약 4600억원.유상증자에 이어 계열사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나머지 자금은 프리즈미안과의 전략적 제휴에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매물로 나올 기업들에 국내 M&A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주력사업인 전선과 일부 핵심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대부분을 매각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대한전선 계열사는 남광토건 무주리조트 트라이브랜즈 등 20여개에 달한다. 당장 매물로 등장한 기업은 대한ST.대한전선은 2007년 스테인리스 사업을 물적분할해 이 회사를 세우면서 포스코에 지분(19.9%)을 넘기는 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다. 계약서 상에 '경영상 주요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포스코와 사전 협의한다'는 내용에 따라 최근 포스코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