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6일 지난 2000년 8월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했을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방북에 합의하기까지의 비화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전북대학생회 초청특강에서 "김 위원장은 이 총재를 비난하며 방북 초청을 거절했지만 야당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차기 대통령에 이 총재의 당선 가능성, 야당 협력의 필요성 등을 설명해 방북 초청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총재 때 미국 가셔서 미국 대통령 만났습니까'라고 외교 의전을 얘기하며 북한의 야당격인 '조선민주사회당에서 초청하고 내각 총리가 만나자'고 했다"며 "그러나 재차 설득해 김 위원장이 직접 초청하고 만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당시 한나라당에 통보했지만 이 총재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많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파티가 끝난 후 내 손을 잡고 구석으로 가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하면 북측에서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자'고 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박 의원은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 김수환 추기경의 방북에 합의했지만 교황청과 북한 간 교구해석 문제로 김 추기경의 방북이 무산됐다고 설명하며 "김 추기경의 빈소를 찾아 기도하면서 그 점을 가장 아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과 관련,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으며, 서해는 물론 육지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며 "우리 국민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속수무책"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