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점가의 요리책 코너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아무래도 경기 불황의 여파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라든가 스트레스를 이기고 건강을 챙기는 요리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종합 10위권 내에 요리책이 두 권이나 진입해 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열풍을 감안한다면 영국 출판 시장에서 요리책의 선전은 놀랄 만한 일이다.

우선 3월 초부터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스로 약초를 키워라(Grow Your Own Drugs; Easy Recipes for Natural Remedies and Beauty Treats)》를 주목할 만하다. 저자 제임스 왕(James Wong)은 영화감독 제임스 왕(James Wong)과 동명이인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제임스 왕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콰도르 중국 자바 등지를 다니면서 터득한 자연,특히 식물들의 놀라운 치유력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특별한 요리책을 선보였다. 《스스로 약초를 키워라》에서는 집안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로 우리 몸의 각종 질병 치유를 가능케 하는 쉬운 요리법들이 소개된다. 고추를 이용해 감기를 퇴치하는 요리를 만드는 법,아침에 일어나 기운이 없을 때 혹은 장시간의 여행으로 피곤할 때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차를 만드는 법,불면증에 시달릴 때 좋은 수프 요리를 만드는 법 등 꽃 뿌리,열매,야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100여 가지 민간 처방전이 소개돼 있다.

영국인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또 한 권의 책은 《101가지 냄비 요리법(101 One-pot Dishes)》인데,이 책은 영국의 공영방송 BBC팀에서 제작한 것으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짧은 시간에 저렴한 재료로 하나의 냄비 안에 만들 수 있는 요리법 101가지를 레시피와 함께 알려 준다. 수프에서 커리,푸딩 등에 이르기까지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이 책도 종합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해 있으며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맛깔스러운 요리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요리책들은 한결같이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강조하고 있다. 하기야 아무리 힘든 시대라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신사의 나라' 영국이라지만 힘든 때에는 역시 체면보다는 실속이 중요한 모양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