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모든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을 악마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24일 취임 이후 두 번째인 대국민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월가의 무분별한 과거 투자 행태와 탐욕을 비판하면서도 "투자자들과 기업인 대부분은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연료 역할을 해왔다"고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AIG 보너스 지급 문제를 지적하면서 "너무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온다"고 분노했던 그다. 오바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가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오면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한 데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그랬던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를 향한 비판 일변도의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미 하원이 AIG 보너스를 회수하기 위해 90% 중과세 법안을 통과시킨 뒤 미 CBS방송에 출연,"화를 내는 것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27일에는 백악관에서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회장 등 월가 CEO 20여명과 만난다.

오바마의 이 같은 변화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월가 금융인들과 투자자들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금융사 CEO들에게 금융사 부실자산 처리 세부 방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정부는 AIG의 부실과 보너스 지급 문제와 같은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비은행권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부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부실 비은행권을 인수하거나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