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세기에 달하는 직장생활은 달콤한 성취뿐만 아니라 불쑥 찾아온 위기상황을 돌파하느라 숨가쁘게 보냈습니다. 이제 대성의 무궁한 발전을 젊은 임직원에게 맡기고 저는 물러갑니다. "

에너지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손무룡 대성산업가스 대표이사 부회장(73)이 23일 47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9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이기도 한 손 부회장은 1962년 교수의 꿈을 접고,고(故) 김수근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대성 연탄공장에 취직했다. 그가 대구 연탄공장 뒤편에 마련한 사무실은 국내 최초의 연탄연구실이 됐다.

손 부회장은 "연탄가스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았던 당시에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연탄공장에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손 부회장은 1973년 경북대에서 연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이후 '연탄박사'로 불리게 된다. 이론적으로 무장한 손 부회장은 이후 연탄가스가 새는지 알 수 있는 '가스발견탄'을 비롯해 무독연탄,착화탄,연탄제조공정 개선 등의 연구 업적으로 사회에 공헌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대성이 가스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도 기술 도입 및 공장건설 책임자로 중책을 맡았다. 산업가스 문외한에 가까웠던 손 부회장은 이후 외국과의 합작 및 공장 건설을 주도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성의 '넘버 원'가스전문가로 변신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초저온 액화가스 기술 도입 및 개발을 주도하면서 1974년에는 38세란 젊은나이로 대성산업 최연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손 부회장은 이후 '신규사업 발굴'이란 그룹 프로젝트를 떠맡아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대성산업가스㈜를 설립했고,전국을 돌아다니며 산업용 가스공장 40여개를 짓는 주역으로 활동했다.

김영대 대성 회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손 부회장은 대성산업가스를 설립해 업계 2위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에너지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경북대 물리화학 이학박사 출신인 손 부회장은 대성산업 연탄부 대구공장 연구실에 입사한 이후 연구실장을 거쳐 1998년 대성산소㈜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대성산업에서 최연소 임원승진을 비롯해 CEO 2년을 포함,임원 재직 35년이란 기록 등도 함께 남겼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