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 기상도는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그리 맑지 않다. 잡코리아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대기업 매출액 순위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4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일자리 기상도' 조사에 따르면 27.5%(96개사)는 올해 채용계획이 아예 없으며 채용 여부나 계획 · 규모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33.8%(118개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난다. 다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채용 인원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전체적인 취업 기상도는 '먹구름'을 피해가는 형국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3급 대졸 신입사원 5500명 등 총 1만8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대졸 정규직은 상반기 중 2100명을 우선 선발하고 하반기에 34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삼성은 대졸 신입사원과는 별도로 대졸 미취업자 대상으로 청년 인턴사원 2000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삼성은 방학기간 실시해오고 있는 대학생 인턴도 여름방학 1000명,겨울방학 2000명 등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총 30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와 별도로 고졸 기능직 7500명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채용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작년 상반기에 그룹 전체로 생산직을 포함해 2000여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채용 규모를 다소 축소할 계획이다. 대신 청년실업 해소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대졸 인턴사원 채용을 당초 300명에서 13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LG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 4000명,기능직 고졸 신입사원 2000명 등 총 6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000명 늘렸다. 대졸 신입사원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000명 선발한다. 추가로 뽑기로 한 1000명은 상반기 중 채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졸 신입사원 중 500명은 인턴 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SK그룹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상생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SK는 이달까지 1800여명의 인턴을 채용,300여 협업업체에 파견할 계획이다. SK는 또 5~6월께 대학생 여름방학을 이용해 추가로 인턴사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매년 하반기에 실시하는 그룹 공채 채용 규모 등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취업 문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상 · 하반기 1000명씩 총 2000명의 정규직 신입 사원을 당초 계획대로 뽑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또 올해 1600명의 인턴사원도 채용한다. 상 · 하반기 800명씩 모두 1600명의 인턴사원을 뽑기로 결정하고 최근 공고를 냈다.

한진은 매년 하반기 신입사원을 공채해 왔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9~11월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채용인원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작년에 일반직은 270명,기술직은 185명을 각각 뽑았다. 운항승무직과 객실승무원은 수시채용이 원칙이다. 작년 1000명을 뽑은 객실승무원도 올해 5차례 걸쳐 비슷한 수준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매년 상 · 하반기 두 차례 그룹 공채를 실시한다. 올해 채용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작년에는 상반기 600명,하반기 900명 등 총 1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올해 대학생 인턴은 이달 초 300명을 선발했다.

STX그룹은 상 · 하반기 750명씩 올해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 1500명을 채용한다. 상반기 그룹 공채는 오는 23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의 공채 대신 계열사별 수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효성은 올해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66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키로 했다. 대한전선은 이달 말부터 인턴사원 선발에 들어간다.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혔던 공기업은 올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이 적다. 자산관리공사가 이달에 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정도다.

최근 45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한 한국전력은 올 하반기에나 200명 정도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는다. 협회 및 단체의 취업 문도 좁아졌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이달 17일까지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지원 분야는 기술정책 온라인교육 웹디자인 일반사무 등이면 4년제 정규대학 졸업(예정)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는 경력 3년 이상의 과장급 선임연구원을 모집한다.

금융권은 채용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속속 채용계획이 나오고 있어 구직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인턴사원 35명을 채용한 한국은행은 오는 9월께 정규직 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100명의 인턴사원을 뽑고 오는 7월에 정규직 사원을 채용한다.

기업은행도 다음 달에 100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10월에도 같은 규모의 인력을 뽑는다. 외환은행은 이달에 100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하반기에도 100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삼성화재와 교보생명도 상반기 중에 각각 160명,100명을 모집한다.

덩치 큰 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의 취업 기상도는 여전히 어둡다. 경기 침체 여파로 채용계획이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잡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종업원 300인 이하) 381개사 중 46.7%는 "현재 인력 부족 상황"이라고 응답하고 있어 향후 채용계획이 뒤이을 가능성이 높다.

대졸 구직자들이 대기업,공기업,금융권 입사에 목숨을 걸고 취업 준비에 나서기보다는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최근 피죤,하림,한국시세이도 등이 경력직을 중심으로 영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정보통신 금융 식음료 업종은 그나마 작년 채용 규모와 비슷하지만 고유가와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류 자동차 건설 등의 채용 전망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