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하니까 너무 신나요. " 지난 11일 공장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김귀동씨(22 · 남)는 연방 싱글거리며 갓 완성된 모자를 박스에 차곡차곡 담고 있었다. 1년 전 일을 시작한 김씨는 아직도 모자의 실밥을 정리하고 물건을 나르는 단순 노동만 하고 있지만 일이 즐겁다고 했다. 복지관에서 재활교육만 받다 난생 처음 직장을 구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일해서 번 80여만원은 고스란히 저축을 한다고 했다.

의사 표현이 서툴고 노동 숙련도가 낮은 김씨에게 일할 기회를 준 건 사회적 기업인 '동천모자'다.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받은 이 회사는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만든 모자를 군부대와 10여개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직원은 장애인 43명을 포함해 모두 85명.연매출 17억원,한 달 평균 2만여개의 모자를 생산하는 업체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일반 업체보다 직원이 2~3배 많은 편이다. 비장애인 1명이 담당하는 일을 장애인 3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이 이윤 대부분을 소외계층의 고용 유지에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정부가 장애인 1명당 25만원의 고용장려금을 제공하는 것도 장애인의 고용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직원들 한 달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 85만원 정도다.

#2.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단체관람객에게 역사문화체험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는 '우리가 만드는 미래(우리미래)'는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터이다. 역사 관련 전공을 한 경력단절 여성을 문화콘텐츠개발 및 전달자로 채용해 다양한 역사문화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결혼 · 육아 등으로 퇴직한 경력단절 여성들 중에는 역사와 문화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적지 않다. 이 회사에 고용된 강사는 61명으로 모두 경력단절 여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평생직장을 보장받고 있다. 대부분 가정주부인 만큼 일하는 시간도 각자 사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급여는 일하는 시간에 따라 차등 된다.

우리미래 김인선 대표는 "우리 회사는 사회생활을 하다 출산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며 "직원들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전문지식이 높아 일의 효율성도 높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한 해 20만개 창출

장애인,고령자 등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주로 취업하는 사회적 기업과 경력단절 주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고용창출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2008년 말 218개로 전년 같은 기간(54개)보다 4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는 1890개에서 8600개로 4배 이상 치솟았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에 진입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회 서비스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창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병인 보육교사 장애인돌보미 숲가꾸기 노인돌보미 국립공원지킴이 5대강 환경지킴이 등이 대표적인 이 분야의 일자리이다.

중앙정부 예산만으로 지난해 40여개 직종에 11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올해에는 15만개가 창출될 예정이다. 지방정부가 만드는 일자리까지 합하면 사회 서비스분야에서 20만개 이상의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임금이 적고 단순노동이 많아 취업애로 계층들이 주로 지원하지만 실업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사회 서비스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로 사회서비스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동 청소년의 경우 36%가 방과후 보호자 없이 방치되고 중증치매 중풍환자는 9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을 돌보는 사람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동부는 사회 서비스 인력이 현재 60만명 이상 부족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사회 서비스 고용 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사회 서비스 고용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34.2%에 달한다. 다음으로 덴마크 31.3%,핀란드 27.3%,영국 26.9% 등의 순이다.

한국은 12.6%로 이들 나라에 한참 뒤처진다. 이는 앞으로 사회 서비스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윤기설 노동전문/서보미 /강현우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