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사립대 중 하나인 고려대가 학원을 잘 운영하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분통을 터뜨렸다. 고려대가 '학원강사'를 길러내는 강의를 열고 거기에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법을 강의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학원 홍보물 만드는 법부터 학생에게 적성검사를 받게 해 학원 강의를 권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고 했다.

고려대 홈페이지를 찾았다. 실제 '학원운영자 과정','학원교육최고지도자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다. 12~15차례 강의에 비용이 60만~180만원이다. 가장 비싼 강좌인 학원교육최고지도자 과정의 커리큘럼에는 '각종 이벤트를 통한 원생모집 사례','학생과 학부모 관리방안','효과적인 광고전단지 및 홍보물 제작 · 배포기법' 등이 포함돼 있다.

강의진 구성도 화려했다. 유명한 입시 전문 사교육업체 관련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고려대 사범대 교수들과 교육대학원장,전 입학처장 등과 경기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용인외고) 교감,안양외고 교장 등도 강의진에 들어 있다. 사교육업체들과 대학 · 특목고 관계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강의프로그램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수학영재지도자과정 등에서는 '영재교육원 입학 대비방안','경시반 · 특목고 운영 사례','영재교육원 문제풀이' 등을 가르쳐 준다고 씌어 있다. 사실상 학원 강사들을 위한 '족집게 과외'나 다름없다.

고려대 측에 따르면 고려대 평생교육원은 수년째 학원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민경철 고려대 학원연구소장은 "학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평생교육 차원에서 배우러 오는 것"이라며 "어차피 학원 교육을 막을 수 없다면 올바르게 가도록 돕는 게 좋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는다는 핑계로 사실상 대학과 사교육업체,일선 학교 간 인맥쌓기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것은 부적절하다. 지난 1월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 기자로선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