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카페의 커피 값은 변두리 찻집의 커피 값보다 비싸다. 생맥주 값도 마찬가지다. 커피야 좀 다를 수 있지만 생맥주는 똑같은 회사의 같은 500㏄인데도 그렇다. 어디 커피나 생맥주뿐인가. 슈퍼의 식품 값도 그렇고 주유소 기름 값도 그렇다. 압구정동 지역 아파트에서 살면 한 달 생활비가 같은 크기의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상당히 많이 든다.

카페 주인에게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면 으레 카페 임대료 탓을 한다. 손님들은 비싸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높은 값을 받아도 점포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압구정동 땅값이 비싸다는 것을 아는 손님들에게는 그럴싸한 설명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커피 값이나 맥주 값이 비싼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생맥주를 다른 곳보다 더 비싸게 팔더라도 사람들이 사주는 물목 좋은 위치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은 것이다.

농부가 똑같은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토지의 비옥도 차이 때문에 논 A에서는 쌀 100㎏을 수확하고 논 B에서는 70㎏을 수확한다고 하자. 그러면 논 A의 지대는 논 B의 지대보다 쌀 30㎏만큼 더 높은 것이 정상이다. 농부들은 지대의 차이가 30㎏보다 더 작으면 모두 논 A를 임대하려 할 것이므로 A의 임대료는 오른다. 반대로 더 크면 논 B의 임대료가 오른다.

결국 임대료는 A와 B의 차이가 30㎏으로 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것이 리카르도(Ricardo)의 '차액지대'론이다. 압구정동 점포가 다른 지역 점포보다 물건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면 그 임대료는 이 차액만큼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용산 참사의 배경으로 '권리금'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점포에 새 입주자가 들어올 때 점포 주인에게 지불하는 임대료 이외에 기존 상인에게 따로 지불하는 돈이 권리금이다.

평범한 점포라면 권리금도 없지만 물목 좋은 점포의 권리금은 자연스레 높게 형성된다. 심지어는 시유지의 불법적인 좌판상들 간에도 권리금 관행이 확고하다.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기존 상인이 장사를 잘한 덕에 점포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권리금을 인정하는 관행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농성 세입자들이 전 입주자들에게 지불한 권리금을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점포 주인들이 이를 거부하다가 발생한 것이 이 비극적 참사다.

점포의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은 입주 상인의 능력 때문인가? 아니면 점포의 위치가 물목 좋은 곳이기 때문인가? 입주 상인의 능력 때문이라면 이 상인의 퇴거와 동시에 점포 가치도 함께 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가는 입주자가 새 입주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점포의 가치가 위치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권리금' 관행은 우리나라 재산권 제도에 남아있는 마지막 전근대적 유물이다. 정부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적절한 보상으로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이 전근대적 관행을 퇴출시키는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화염병이 난무하는 폭력도 문제이지만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현대화되지 못한 재산권 문화를 혁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