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 예산을 풀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직접 지원 조치를 잇달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17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파산을 막은 데 이어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 증자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기업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공적자금을 수혈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조치를 유보하고 있다. 정부 지원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한국 기업들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신용 경색이 심해지자 기업어음 조달창구(CPFF)를 통해 기업들이 발행한 C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단기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 조치 덕분에 거래가 사라졌던 CP시장이 살아나 기업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올 2월 말까지 CPFF를 통해 공급된 단기 자금은 2500억달러(약 375조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저리 대출과 CP 매입을 포함해 총 6조5000억엔(약 100조원)을 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정책투자은행은 2008 회계연도 결산 시점인 이달 말까지 3조5000억엔을 지원할 예정이다.

4월부터 시작하는 2009 회계연도에도 총 3조엔 규모의 기업 자금 지원이 추가로 이뤄진다. 도요타,혼다 등이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액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3월 현재 미국과 유럽 각국이 금융회사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1조달러(1600조원) 수준이다.

미국이 7650억달러(예정분 포함)로 가장 많다. 유럽 국가들도 1600억달러가량을 자국 기업에 제공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직접적인 기업 지원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자동차 등 개별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은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원 여부도 채권단이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대신 직접 지원보다 외화 획득에 필요한 수출을 활성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추경에서 수출보험기금에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출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정부 지원 유무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과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10여개 반도체 기업 연합체를 상대해야 하는 하이닉스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유럽 각국들이 10년 이상 사용한 자동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할 때 300만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내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조치가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형석/류시훈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