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아직 바닥을 찍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습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하반기로 투자 시기를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

문용술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47)은 글로벌 경기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시기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경제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스지수가 고점 대비 절반도 안 되는 6000대로 내려앉은 데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9500억위안의 적자 예산도 글로벌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문 팀장은 최근 PB 고객들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언제부터 회복되는 것인지를 물으면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고객들이 많은 가운데 손실이 난 펀드를 아직 환매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그는 "경기 저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 올 연말이나 내년 이후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반기 내에 회복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의 경우 투자자들이 바닥이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수준에 와야 진짜 바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가손실이 큰 펀드에 대해서는 1년 내 자금 계획에 따라 환매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문 팀장은 "당장 현금이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미련을 버리고 환매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앞으로 1년 안에 주가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한창 시장이 좋았을 때와 같은 수준의 수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2~3년씩 묻어둘 수 있는 돈이라면 굳이 환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문 팀장은 대안 투자상품으로 우량등급 회사채와 원금 부분보장형 주식연계증권(ELS)을 권했다. 신용등급 AA- 회사채의 경우 연 6%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은행 예 · 적금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채권 상품만으로도 수익성과 안정성에 따라 배분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투자금의 60~70%는 신용도가 높은 우량등급 회사채나 국고채에 넣어두고 나머지 30~40%를 카드채나 캐피털채에 투자하면 위험을 낮추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원금 부분보장형 ELS도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의 90~95%가 보장되는 한편 기준지수의 변동에 따라 최대 연 40%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 팀장은 "적립식 펀드로 50% 이상 손실을 본 경우도 많기 때문에 5~10%의 원금 손실은 참아낼 수 있다는 투자자가 많다"며 "원금 부분보장형 상품을 기초로 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수연동정기예금(ELD)도 그가 권하는 금융상품 중 하나다. ELD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코스피200 지수를 비롯한 기준지수의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최근 은행들이 선보이는 ELD는 만기까지 지수가 상승하기만 하면 연 6~7%의 금리가 적용돼 정기예금보다 많은 이자를 얻을 수 있고 지수 상승률에 따라 연 10% 이상의 고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향후 주식 투자에 나선다면 과거와는 다른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을 적절히 나눠 투자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투자자산 배분 방법이었는데 최근의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이 같은 전략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 신흥국에 분산 투자한다고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주식보다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PB 고객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도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문 팀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지나친 공포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개인들은 시장이 좋을 땐 과도하게 좋게 보고 나쁠 땐 과도하게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시장이 활황일 때 무리하게 주식에 투자하고 집을 샀던 사람들이 폭락장에서 어려움을 겪듯이 불황기에 지나치게 위축돼 있으면 향후 회복기가 오더라도 그 과실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위기를 겪고 지난달부터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의 태도가 성숙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를 따지기 이전에 투자자 스스로가 과거에 비해 수익과 위험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 팀장은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영업부와 전략기획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PB사업부의 창단 멤버로 참여했다. 두 차례 '올해의 PB상'을 수상하면서 'KB 골드&와이즈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핀란드 헬싱키 경영 · 경제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취득했고 금융자산관리사(FP) 재무설계사(AFPK) 부동산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을 갖고 있다.

글=유승호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