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는 4일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혐의 등으로 청구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ICC 설치근거인 '로마정관'이 2002년 7월1일 발효된 이래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시르 대통령은 2003년 정의평등운동(JEM) 등 기독교계 반군조직들이 아랍계 정부에 반기를 들자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인 잔자위드를 동원,반군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30만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왔다.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작년 7월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바시르는 정부군과 민병대를 동원해 최소 3만50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고 이 과정에서 난민으로 전락한 250만명 중 최대 26만5000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었다.

로런스 블레이런 ICC 대변인은 오캄포 검사가 주장한 혐의 중 대량 학살을 제외한 모든 혐의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바시르 대통령이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실질적 효력을 갖지는 못해 '상징적' 의미를 갖는 데 그칠 전망이다. 수단 정부는 '로마정관' 체결국도 아닐뿐더러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이를 집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수단의 압델 바시트 삽다라트 법무장관은 이날 알-자리자 방송에 출연,"이번 영장 발부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ICC에 신병인도 협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