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제훈수'에 濠총리 "최고의 강연"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캔버라에서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안보, 에너지자원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총 1시간 30분간 진행된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8월 서울 정상회담과 수차례의 전화통화 등 통해 다져온 신뢰와 우의를 재확인했으며, 특히 단독회담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부실채권 처리문제가 중요 의제로 부각돼 회담시간이 예정보다 15분 가량 길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10년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의 금융부실자산 처리방식과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본금 확대를 통한 은행채권 매입 조치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에 러드 총리는 "그동안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이 대통령이 지금 설명해 준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하다"면서 "최고의 강연(the most intelligent presentation)"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배석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러드 총리는 또 아시아지역내 상호자금 지원체제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표시했으며,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의 성능을 높게 평가하며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는 한편 다음달 런던 G20 금융경제정상회의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캔버라 전쟁기념관과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 참배하고 오후 러드 총리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2박3일간의 호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과 러드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주요내용.
◇모두발언
▲러드 총리 = 한국이 지난해 4.4분기 경제 많이 후퇴했다고 들었는데 호주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실자산 처리의 사례를 잘 설명해 줬다.

지금부터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협력하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신용경색 문제를 풀수 있다.

▲이 대통령 =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금융이 안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두 정상은 전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제안을 갖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일문일답
--호주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 대통령) 6.25 전쟁 당시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가 참전해서 수백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고 지금도 부산에 있는 유엔묘지에 있다.

그때 비하면 호주와 한국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안보인식을 같이 하는 나라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국방비 증액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견해는.
▲(러드 총리) 북한 정권은 유엔결의안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6자회담으로 돌아와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한다.

▲(이 대통령) 동북아에서 군비 증강을 경쟁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장기집권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매우 능숙하다.

미국의 정권이 바뀌고 6자회담을 앞두고 있어 전략적인 목적 등을 위해 미사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FTA 협상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체결되나.

▲(러드 총리) FTA 협상이 5월중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호주 안보협력 공동선언과 관련해 PSI 참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러드 총리) PSI는 호주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의 참여 여부는 한국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캔버라연합뉴스) 황정욱 이승관 기자 hjw@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