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설립..중소기업 대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 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이르면 7월 말부터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 증권.보험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법안과 함께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앞서 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등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법안은 통과됐다.

◇ 정책금융공사 설립후 산은 민영화
국회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법안은 다음 회기로 넘기고 대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설립 법안을 먼저 처리했다.

이 법안은 6월부터 시행된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 도로공사, 토지공사 등 공기업과 구조조정 기업의 지분을 현물로 넘겨받아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맡게 된다.

정책금융공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하락 부담 없이 중소기업 대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지원, 구조조정펀드 출자 등에 20조 원 이상의 자금 투입이 가능하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4월에 통과되면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산업자산운용, 산은캐피탈을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산업은행을 상업금융과 인수.합병(M&A), 파생상품 판매 등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산업은행에는 시중은행처럼 요구불 예금과 가계 대출 등의 취급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애초 산은지주사의 지분 49%를 2010년까지 매각하고 민영화는 2012년까지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 금융위기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점과 헐값, 졸속 매각 우려를 고려해 민영화 시기는 탄력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정책금융공사법과 함께 6월부터는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산분리 완화, 4월 국회로
정부와 한나라당은 은행법을 고쳐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여야의 이견으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했다.

야당은 기업의 은행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도 확대 비율의 축소를 요구했다.

당정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은행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

종전에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한 비율이 10%를 초과한 사모펀드(PEF)를 산업자본으로 분류하던 기준도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날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정부의 공표 절차와 4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 말이나 8월 초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여유 자금을 은행으로 끌어들이면 은행 자본 확충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투자자를 다변화해 공적자금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야의 이견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아쉽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