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억달러씩 적자 발생,매일 6740억달러씩 현금 증발.'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작년 4분기 성적표다. GM은 작년 4분기에만 96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는 309억달러에 달한다.

작년 연 평균 원 · 달러 환율 기준으로 33조9600억원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매출(32조1900억원)보다도 많다.

사실상 파산 상태인 GM은 현재 미국 정부에 166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GM이 정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포드 · 크라이슬러와 함께 '빅3'로 불리며 50년 넘게 자동차 왕국으로 통했던 GM이 이렇게 몰락한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가 꼽힌다.

고유가 시대에 취약한 대형차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수했다거나,시장이 미국 · 유럽에 편중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강성노조와 이들의 잦은 파업이 핵심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동철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이사)은 "강성노조로 인해 대립적 · 분배지향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으면서 GM은 만성적인 고비용 · 저효율 구조에 빠져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2007년 기준으로 GM을 포함한 빅3의 시간당 임금은 73달러에 달했다. 미국 일반 민간기업 노동자 시간임금(25달러)의 거의 세 배 수준이다.

의료비지원 등 과다한 노무비 지출과 연금 등 퇴직자 복지에 투입되는 이른바 '유산비용'(legacy cost) 탓이다.

노사관계가 흥망을 갈라 놓은 자동차회사는 GM만이 아니다. 지금은 사라진 영국의 브리티시레이랜드(BL)도 그랬다. BL은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통해 1970년대 영국 차 시장의 40%까지 점유하며 세계 6위 완성차업체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잦은 파업과 공장폐쇄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1975년 국유화되고 말았다. 이후 경영정상화 프로그램이 추진됐지만 역시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결국 파산의 길을 걸었다. 피아트로 대표되던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이 몰락한 것도 노조의 무분별한 강경 투쟁이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독일 폭스바겐과 BMW는 상생의 노사 문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되찾은 경우다.

도요타는 1953년 80일간의 파업을 끝으로 지금까지 56년간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폭스바겐도 1990년대 위기를 '고용과 산업입지 안정을 위한 기업협약'이라는 노사 대타협을 통해 극복했다.

독일 밀레는 가족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가 현재 세계 초일류 프리미엄 가전회사로 자리잡은 데는 1899년 창립 이후 110년간 무분규를 이어 온 건전한 노사문화가 근간으로 작용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제품만 아니라 기술과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이제 기업의 생존은 노사 협력 차원을 넘어 노사가 한몸으로 회사 경쟁력 키우기에 전력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번 경제위기도 도요타 등 노사가 일심동체를 이룬 기업일수록 더 빨리 극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