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을 경우 뺑소니나 음주운전 등의 행위가 없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4조1항이 지난 26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음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 습관과 자동차 보험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신의 중과실이 아니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이 크게 다치는 경우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 돼 전과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과실이 아닌 경우엔 보험사가 사고 수습부터 피해자 보상까지 모두 처리해줬지만 앞으로는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피해자와 합의를 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나서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택시와 화물차 운전기사 등 운송업 종사자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내면 일단 수사 대상

교특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달라지는 변화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쳤을 때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고가 나도 △음주운전 △과속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등 11대 중대 과실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교특법에 규정된 '공소권 없음'조항에 따라 경찰은 조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일단 수사 대상이 된다.

입건 후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기존처럼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형사책임이 면책된다. 헌법재판소가 중상해보다 가벼운 상해를 입힌 경우 종합보험 가입을 전제로 기소하지 않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경미한 상해라도 신호 위반 등 11대 중대 법규 위반의 경우 예외적으로 현행법처럼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운전자의 과실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경우다. 기존에는 11대 중대 법규위반의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형법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면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처벌 수위는 조금 낮출 수 있다.

◆운전자보험 적용 확대 필요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경우 검찰의 기소를 면하는 방법은 피해자의 합의를 얻어내는 방법뿐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재도 중상해를 입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반의사불벌'(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규정에 대해선 합헌을 유지했다.

이는 대부분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 합의금이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하려면 운전자들은 미리 형사사고로 인한 벌금과 합의금,소송비용 등을 담보해 주는 운전자보험이나 관련 특약 등에 가입해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자동차보험회사들은 형사 합의금을 보장해 주지 않는 대신 11대 중과실 발생 시 형사 합의금을 고액 보장해 주는 운전자 보험을 자동차 보험과 함께 판매해 왔다.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벌금을 내야 할 경우 벌금 비용,구속되거나 공소 제기되어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방어 비용,형사합의지원금 등 형사적 책임과 관련한 보장과 면허정지 · 취소 위로금,생활안정지원금 등 행정적 책임과 관련한 보장을 해준다. 법률비용지원특약 등의 가입을 통해 변호사 비용이나 형사 합의금,벌금 비용 등 운전자 보험에서 보장하는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