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중국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 기업들의 잇단 호주 광산업체 사냥을 승인해주자니 여론이 나빠질 것 같고 거부하자니 무역분쟁은 물론 막대한 자금줄과 최대 소비국을 잃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도 호주 정부에는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중국 국책은행이 자국 기업에 호주 광산업체 매입자금을 대주고 있는 사실이 호주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은 중국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가 세계 2위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를 195억달러에,중국 우쾅그룹 계열 민메탈스가 세계 2위 아연업체인 호주 OZ미네랄을 17억달러에 각각 매입하기로 한 거래에 일부 자금을 대주기로 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호주 3위 철광석업체인 포트스쿠메탈그룹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호주 정부는 차이날코의 리오틴토 인수를 엄격히 검증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 고민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웨인 스완 재무장관은 "리오틴토 인수 문제는 국익 차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호주의 사이먼 크린 무역부 장관은 "중국 기업의 민간기업 인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광산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국민당 소속 상원의원 바나비 조이스는 상원이 직접 나서 중국의 호주 철광석업체 연쇄 인수 시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원자재 부국인 호주로선 중국 기업의 잇단 광산업체 인수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호주 광산노조는 "중국이 철광석 등의 가격을 마구잡이식으로 낮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폐지된 수출허가제를 부활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수출허가제도가 부활되면 철광석 등 수출업체는 수출계약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