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9일 발표한 월례 경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기 기조 판단을 5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일본 정부가 5개월 연속 경기기조 판단을 낮춘 것은 정보기술(IT) 산업 거품 붕괴의 영향으로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됐던 2001년 2~6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경기기조 판단을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 16일 발표된 작년 4분기(10~12월) 실질 경제성장률이 -12.7%(연율 기준)로 2차대전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한 데다 앞으로도 경기가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현 경제 상황을 "2차대전 이후 최악" "전후 최대 경제위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회사채를 최대 1조엔(약 15조원)어치 매입하기로 하는 등 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회사채 매입을 오는 3월부터 9월 말까지 6개월간 실시할 예정이다. 매입 대상 회사채는 만기 1년 이내의 신용등급 'A' 이상 회사가 발행한 것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회사채 매입은 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일본은행은 또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담보로 은행들에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의 기한을 당초 올 3월 말에서 9월 말까지 6개월간 연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시중 은행들에 대한 달러화 자금 공급 기간도 오는 10월 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현행 0.1%인 기준 금리는 동결키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