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LTCM이라는 회사 이름(Long Term Capital Management)과는 다르게 단기에 끝나버린 헤지펀드의 사례는 이제 경영대학원의 필수 사례로 운명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이야기는 소설가라도 미처 다 구상하지 못할 기가 막힌 사실(史實)이다.

《천재들의 실패》에 나오는 10년 전의 이 사례에서 미국 투자은행(IB)들이나 금융관리당국이 미리 교훈을 얻었더라면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늦게 나타나거나 아예 안 터졌을지도 모른다.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얼마나 무서운지,인간이 개발해낸 위험관리시스템이 시장 변화로 한순간에 무력하게 되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할 경우에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현재 그 혼란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월가 최고의 드림팀,파생상품의 기본인 블랙-숄즈 모형을 개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숄즈와 머튼 등 경제 · 경영학 박사들로 구성된 투자팀은 창립 첫해에 28%의 수익률을 올렸다. 1996년에 57%,설립 후 3년 만에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1400억달러로 자산을 늘렸고 1997년에는 파생상품 규모가 1조2500억달러가 되었다.

LTCM의 사고 이전에 이미 오렌지 카운티,뱅커스 트러스트,베어링은행 등이 선물 · 차익거래 등의 파생상품 거래로 큰 손실을 보고 망했지만 당시 뉴욕 은행들은 LTCM에 아주 낮은 금리로 계속 금융을 공급하고 있었다.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 은행은 결국 리스크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누가 보아도 당연한 진리가 수익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LTCM의 모델에 대한 학계의 경고가 있었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라는 드림팀의 명성 앞에 무시되어 버렸다.

금융수학모델의 문제는 미리 예상하지 못한 가정에서 나타난다. 모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1997년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 이후에도 25%의 수익률을 올린 LTCM은 러시아의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워런 버핏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수학 모델을 싫어했던 그로부터 거절당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개입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만들어 미국 증권시장의 파국을 막았다. 그리고 당시에 참여했던 많은 투자은행과 시중은행이 이번 경제위기에 간판을 내렸다.

지금은 결과를 알고 이 글을 읽게 되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LTCM의 경영진이나 월가 경영자들의 행동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타임>지의 글대로 가장 똑똑하고 가장 크게 망한 자들로부터 얻지 못한 교훈을 이제사 고통과 혼란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그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와 공시 요건을 강화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역사에는 가정이란 없다.

당시 LTCM의 실질적인 창업자이자 경영자였던 존 메리웨더는 LTCM이 망한 후 다시 JWM파트너스를 세워 재기를 노렸지만 작년에 40% 이상의 손실을 내 재기가 불투명해졌다.

<뉴욕타임스> 기자이자 저명한 경제칼럼니스트가 쓴 이 책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이해하고 최근 증권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윤계섭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