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계열사간 중복사업 통 · 폐합과 비핵심사업 정리 등 강도높은 경영혁신을 선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8일 서울 장교동 본사에서 계열사 사장단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주재,"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순히 현재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내일을 연다는 자세로 모든 임직원들이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강력한 구조조정계획을 밝혔다. 김 회장은 "3년 후인 2011년까지는 반드시 한화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신성장동력 확충도 주문했다.

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이후 소집한 첫 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한화의 구조조정 작업이 주목된다. 한화 사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대우조선을 대체할 신성장동력 확보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사업구조 △조직구조 △수익구조 △기업문화 등을 4대 혁신과제로 정리했다.

한화는 향후 3년간 계열사별 경영혁신을 통해 기존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신성장동력에 투입할 투자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4대 혁신과제의 구체적인 실천내용으로는 각 계열사의 비영업자산 매각,유사 사업의 통 · 폐합,비핵심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 수준의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한화는 대한생명 증권 등 금융부문,㈜한화와 건설 석유화학 종합화학 등 제조부문,갤러리아백화점리조트를 비롯한 유통서비스부문 등 3개부문에서 4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화는 우선 그린 에너지 분야를 신성장 사업의 주요 축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태양전지 셀 이외에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과 발전소 운영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2차전지 소재 개발과 탄소배출권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차세대 항체개발과 탄소나노튜브 등 미래 첨단기술사업은 물론 금융 · 레저 · 서비스 관련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실버서비스 산업 진출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금춘수 한화 경영기획실 사장은 "갑작스런 국내외 경기침체로 대우조선 인수 등 기존에 세웠던 중 · 장기 사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를 그룹의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터닝포인트로 삼아 4대혁신과제 실행에 충실히 나선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유사 사업 통 · 폐합 방침을 내놓은 것과 관련,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선은 경영혁신의 고삐를 조여나가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통 · 폐합하거나 정리할 사업부를 찾는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