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17일 정부에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각각 166억달러,5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 정부가 GM의 요청대로 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이미 받은 134억달러를 포함해 GM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총 30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자구안은 노조 딜러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로부터 더 많은 보완책이 나오는 게 필요하다"며 파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는 이들 두 회사의 생사 여부를 다음 달 말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또다시 손 내민 GM

GM은 다양한 파산 시나리오를 검토해 봤으나 파산신청을 통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1000억달러 정도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파산 방안을 자구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80%가 파산 기업의 자동차를 사길 꺼린다는 연구 결과를 담았다. GM은 자구안에서 최소 91억달러를 지원받으면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신용 경색 등으로 차입여건이 악화될 때에 대비,75억달러를 추가로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GM은 이날 광범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117쪽 분량의 자구안에 쟁점 사항이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출연금과 관련한 노조의 양보안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GM은 작년 12월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2010년까지 출연할 지원금의 절반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제공하고,외국 경쟁사 수준으로 임금을 삭감하기로 약속했다. GM은 이미 135억달러의 기금을 출연했고,내년까지 95억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론 게텔핑거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이날 "'빅3'사 측과 경영회생을 위한 잠정 합의를 봤지만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문제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GM노조 양보 부족하다"…백악관 '파산카드'로 압박
275억달러의 무보증 채권 중 3분의 2를 출자전환으로 유도하기 위한 채권단과의 협상도 원만히 타결되지 못한 채 자구안을 제출했다. 다만 전 세계 사업장에서 4만7000명을 감원하고 2012년까지 당초보다 5개 많은 14개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도 이날 제출한 자구안에서 3000명 추가 감원 계획을 밝혔다. 자구안에는 이탈리아 업체 피아트와의 제휴 방안도 포함됐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지분 35%를 취득하고 소형차 제조기술을 공유하게 된다.

◆사실상 이미 파산상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양사와 이해 당사자들이 행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정부에서 앞으로 수일 동안 보고서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깁스 대변인은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파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추가적인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GM과 크라이슬러의 자구안을 살펴보면 양사는 이미 파산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GM의 회생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 정부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을 받고 회생하는 것이다. 관건은 오바마 정부가 혈세 낭비 비판을 감수해가며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가 하는 점과 세계 자동차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다. 또 하나는 GM을 파산보호 신청 후 영업에 필요한 자산은 새 회사에,유휴자산과 부실자산은 현 회사에 남겨 현 회사는 파산시키는 방안이다. 일단 관건은 3월31일까지 노조와 채권단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GM의 협상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