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렸는데 연대파업이라니,일자리를 나누자던 금속노조가 과연 뭘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

경북 경주 외동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이모 사장(53)은 "협력업체 대부분이 연쇄 부도 사태에 직면해 있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금속노조가 파업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경주의 외동과 문산,용강공단 일대 부품업체들은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산하 20여개 부품업체 노조들과 연대파업을 결의하자 "그나마 살아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까지 모두 죽이는 꼴"이라며 금속노조를 비난했다. 협력업체들이 금속노조에 이렇게 대놓고 반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기업의 생사가 걸린 경제위기 상황은 아랑곳 않고 현대차에 센서와 스위치류를 공급하는 인지콘트롤스 지회의 파업 지원을 명분으로 산하 19개 부품업체 지회와 연대파업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18일 4시간,19일과 20일에는 각각 8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협력업체들은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연대파업 결의는 임단협 결렬 등과 같은 합법적인 파업 수순을 거치지 않은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보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인지콘트롤스 노사가 교섭 결렬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데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이런 식으로 연대파업을 결의한다면 금속노조와 경주지부,단위지회로 내려가면서 1년 내내 파업에 휘말리지 않을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인지콘트롤스 근로자들은 지난해 10월 금속노조 산하 노조를 결성해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여왔다.

하지만 산별교섭 참여와 노조 전임자 4명 인정,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을 놓고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지난 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고,이에 맞서 사측은 직장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경주와 경기도 시흥,인도와 중국 등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연매출 2215억원의 이 회사는 최악의 경영난에 휘말리게 됐다.

현대차도 초긴장하고 있다. 경주지부 산하 DSC 등 3~4개 업체의 경우 현대차 생산라인과 직접 연결돼 시트 프레임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연대파업 돌입 즉시 현대차 생산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 용강,외공공단 일대 100여개 부품업체가 이미 휴업에 들어가 1만명 이상이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와 관련,노동부는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연대파업은 목적,절차상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면서 "금속노조가 현대차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현대차 독점 납품업체들이 다수 포함된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연대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연대파업은 과거 호황기에도 전례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