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근 "지지율을 높이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벌써 4년째다. 백년정당 기치의 열린우리당 간판을 3년9개월 만에 내린 이유다. 정권을 내준 뒤에도 상황은 그대로다. 조각실패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파동 등 여권의 잇단 헛발질로 50%에 달했던 여당의 지지율이 반토막난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여당 이탈표가 민주당으론 가지 않았다.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국민은 민주당을 집권 대안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왜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국민이 민주당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그렇게 만든 건 바로 민주당 스스로다. 대안없이 반대만 하는 당,차기 집권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든 당.부인하고 싶겠지만 그게 바로 국민에게 비쳐진 오늘의 민주당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건 당의 정체성이다. 색깔로 보면 민주당의 자리는 한나라당 바로 왼편이다. 한나라당이 보수당이라면 민주당은 합리적 또는 개혁적 보수세력이다. 당장 인적 구성면에서 전직 관료와 변호사 출신 등 중도보수파가 주류다. 정책적으로도 여당시절 대북정책을 빼곤 한나라당과 크게 차별화될 게 없었다. 그런 민주당이 반시장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걸핏하면 국회를 내팽개치고 장외로 나간다. 얼마 전에 재야와도 손잡았다. 국회의석 82석의 원내 제2당이 자기 색깔을 잃은 채 좌파 흉내를 내는 모양새다. 그러니 전통적 지지층인 개혁성향의 보수층마저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하면 '반대만 하는 야당' 이미지가 국민 속에 각인돼 있다. 지난 연말의 예산안 심의 보이콧 선언과 해머를 동원한 국회 폭력,청와대의 대화 제의 거부,본회의장 장기 점거 등은 그런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라는 항변을 하려면 대안을 갖고 협상에 임했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여당시절 추진했던 법안을 야당이 됐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건 일관성 차원을 넘어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민주당 작품인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처리를 막고 여야가 합의했던 통신비밀보호법과 소속 의원이 발의했던 금산분리 완화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한 건 자기부정에 다름아니다.

스타정치인의 부재도 민주당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한 여론조사서 4위 안에 민주당 소속은 한 명도 없었다. 차기 유력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정몽준 의원이 4위에 랭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전 대표와 정 의원이 악재 속에 당 지지율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한 것과는 달리 민주당이 날개없이 추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총선까진 3년,대선까진 4년이 남았다. 대안이 없는 정당,집권 희망이 없는 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 쟁점법안에 대해 "여당의 독주를 막을 힘이 없다"며 거리로 나갈 게 아니라 대안을 내놓고 국회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민주당이 옳다면 국민이 함께할 것이다. 더이상 여권의 헛발질에 기대는 야당에서 탈피해 이젠 '왜 민주당인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