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다. 김 추기경은 또 시국 관련 문제와 함께 북한 문제나 낙태,사형 문제 같은 이슈가 발생할 때도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이정표를 제시했다. 김 추기경이 남긴 어록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박종철 군)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

"이제까지 우리가 부끄럽게 살아온 그의 죽음 앞에 새롭게 태어나 그가 못다 이룬 일을 뒤에 남은 우리가 이룬다면 그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

(1987년 1월26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 중)

"교회입장은 될 수 있는 대로 남북관계가 정말 호전되고,이래서 정말 정부도 이산가족도 서로 만나게 되고 남북 교류도 있고,이래서 점진적으로 우리가 남북이 좀 평화롭게 통일을 향해 뭔가 노력하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죠." (1989년 7월1일 서경원 의원 방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한 사람에게 자신의 생명이 언제부터 시작됐느냐고 물으면 어머니 태중에 임신된 순간부터라고 말할 것입니다. 내 생명이 그렇다면 남의 생명도 그렇게 인정을 해야겠지요. "(평화방송 평화신문 1993년 신년 특별대담 중)

"사는 길은 제가 볼 때는 자기를 여는 겁니다. 그것만이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들이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되고요. 그래서 북한이 정말 필요한 건 지금 미국이라든지 일본하고 수교를 하는 거라고 봅니다. "(북한의 NPT(핵무기비확산조약) 탈퇴 이듬해인 1994년 평화방송 신년대담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 1996년 신년 특별대담 중 5 · 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삶이 뭔가,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삶은 계란'(웃음)"(2003년 11월18일 서울대 초청강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