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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미분양대책에 시큰둥한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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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양도세 면제요? 수도권에도 면제해주는 곳이 많다는데 어디 지방 아파트까지 쳐다보겠어요?"

    정부가 지난 12일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세제지원책을 발표하자 대구의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 미분양이 많은데 수도권에도 똑같은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면 언제 미분양이 해소되고,언제 자산가치가 올라가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의 투자수요가 흘러들어오지 않는 한 지방 미분양아파트 문제를 사실상 풀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취득한 주택의 양도세가 한시적으로 면제되는 곳은 지방 외에 수도권인 용인 김포 파주 광주 안성 이천 고양 남양주 등도 포함됐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매수세가 조금씩 꿈틀대는 용인을 비롯해 고양 수원 등지 수도권 시장에선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지방은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은 작년 11월 말 현재 13만6704가구로 전체(16만2570가구)의 84.1%를 차지한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고 하는 준공 뒤 미분양 아파트도 지방에 97%(4만3086가구)가 깔려 있어 더욱 심각하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1400여가구)는 1000가구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7000만원을 손해보는 가격으로 분양권을 내놔도 매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이 있어도 기존 계약자의 중도금대출을 채무인수하려 할 때,은행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분양권 전매의 길이 사실상 꽉 막혔다. 입주예정자들은 "차라리 시공사가 부도나면 주택보증에서 계약금을 환급받을 수 있을 텐데"라며 푸념한다.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함께 떠안고 있는 입주예정자나 건설사,지자체들은 이번 세제지원책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지방만 양도세를 완전면제해주고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은 50% 감면,과밀억제권역은 30% 감면하는 식으로 3단계 지원책이 나왔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구입바람이 북서풍을 타고 대구 울산까지 과연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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