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이 좀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PGA투어도 타이거 때문에 인기잖아요"
13일부터 1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SBS오픈에 출전한 LPGA 투어 선수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작년까지 위성미(20.나이키골프. 미국 이름 미셸 위)가 초청 선수로 출전할 때마다 "왜 특별 대접을 하느냐"며 눈에 쌍심지를 켰던 선수들이다.

선수들도 위성미가 지닌 뛰어난 상품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15일 최종 라운드에서 위성미가 준우승을 차지하자 LPGA 투어 사무국 임직원들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LPGA 투어 관계자들도 초청 선수로 불러들인 위성미가 출전했다 하면 70대 후반이나 80대 스코어를 내며 망신 행진을 이어가자 은근히 눈총을 줬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에서 인기가 바닥인 LPGA 투어는 그나마 TV 시청률을 받쳐주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은퇴하자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갈망했다.

위성미는 LPGA투어가 고대하던 스타성을 모두 갖췄다.

골프팬들은 지루한 경기 운영으로 우승하는 선수보다 흥미진진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더 좋아한다.

위성미는 13살 때부터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때려내 팬들을 매료시켰다.

스윙도 남자 선수 못지 않게 역동적이고 버디 세리머니도 화려하다.

키 184㎝에 균형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위성미는 더구나 미국에서 아이비리그에 뒤지지 않는 스탠퍼드대학 재학생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안고 있다.

하지만 위성미는 '계륵'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아무리 팬들의 눈길을 끌어도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관심이 오래가기 어렵다.

2005년 LPGA 투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세차례나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던 위성미는 그해 말 프로 전향 이후 형편없이 망가졌다.

초청을 받아 출전하면서 우승을 차지해 회원 자격을 얻겠다는 당초 계획도 어긋났다.

그랬던 위성미가 화려하게 부활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LPGA 투어 관계자들은 신바람을 냈다.

갤러리도 1라운드에 비해 2라운드가 많았고 최종 라운드에는 다섯 배가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현장에서 취재를 벌인 유명 골프 칼럼니스트 론 시락 씨는 "미셸은 LPGA투어에 복덩이"라며 "앞으로 미셸이 이런 활약을 펼쳐준다면 LPGA투어의 인기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후쿠<미국 하와이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