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보약이라고 여기겠습니다"

신지애(21.미래에셋)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식 멤버로서 치른 첫 경기에서 컷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신지애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후쿠의 터틀베이리조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6천56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SBS오픈 2라운드에서 9오버파 81타를 치는 최악의 샷을 보였다.

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53타라는 어이없는 스코어를 적어낸 신지애는 컷 기준 타수 150타에 3타나 뒤져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신지애가 컷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주니어 시절에도 컷오프 경험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80대 스코어도 프로 선수로는 처음 적어내봤다.

이날 신지애의 샷은 3년 동안 한국에서 '지존'으로 군림했고 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승이나 올린 선수라고 보기 힘들었다.

버디는 1개도 잡아내지 못했고 보기 5개에 더블보기도 2개를 곁들였다.

17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사실상 아웃오브바운스(OB)나 다름없는 로스트볼이 됐고 4번홀(파3)에서는 10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핀을 15m나 지나가 통한의 4퍼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를 마친 신지애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소감을 물어보자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내일은 뭘할까 막막하다"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부렸다.

"쓴 보약을 먹었다고 여기겠다"는 신지애는 "시즌 개막전에 이런 시련을 주신 것은 하나님이 더 정신을 차리고 준비를 잘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준비도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는 개념이 없이 작년 시즌의 연속인 것처럼 일정이 짜여졌다는 것이다.

하와이 대회에 앞서 호주 대회에 출전해 호되게 감기를 앓은데다 대회 도중 후원 계약이 확정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도 문제였다.

신지애는 "언젠가는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서울로 돌아가 1주일쯤 쉬면서 다음 대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카후쿠<미국 하와이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