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외국인 애널리스들은 국내 경제 사정을 잘 아는데다 외부인의 객관적인 시각까지 갖추고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각 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유동성과 기업실적 악화라는 대결구도 속에서 최근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을 이들은 어떻해 바라볼까. 서울에 위치한 국내외 증권사에서 수 년간 근무한 현직 외국인 애널리스트 3인의 얘기를 들어봤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리서치센터 소장은 다소 파격적일 만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서울에서만 8년을 근무한 후 현재 베이징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주 소장은 "물론 2007년 만큼은 아니겠지만 한국은 이미 2년여 전부터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중국과 한국이 가장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의 근거는 일단 중국 증시에 대한 중단기 반등 기대감이다. 주 소장은 "중국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1~2%로 낮은 상태에서 중국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경제지표들이 중국 경제의 회복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은 1월 PMI(제조업 구매자지수).지난달 중국의 PMI는 45.4%로 전월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는데 지난해 12월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생산이나 신규 주문,구매량 등이 반등했다는 얘기로 그는 중국 실물경기가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초 전국인민대표회의 개최 전후로 이런 기대감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3월 말부터 4월까지 상장사들의 2008 연간 실적과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면 기대감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경제가 결국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의 수출 감소로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내수경기 활성화에 더 비중이 실리고 있어 2분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소장이 내다보는 한국 증시의 반등 시점은 올 4분기다.

20여년간 한국에서 살며 한화그룹 베어링증권 등을 거쳤던 월리엄 헌세이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소 중간자적인 입장이다. 그는 "높은 원 · 달러 환율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 시장은 지금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은 기업들의 부도나 소비위축, 실업, 주택가격 등의 실물 경제가 미국 만큼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던 1997~98년에는 식당에 들어가면 저렴한 'IMF 메뉴'가 따로 있을 만큼 사정이 어려웠는데 지금과 비교할 수 없다"며 과도한 경기위축 우려를 경계했다.

헌세이커 부장은 특히 "지난해 외국인들은 '셀 코리아'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레버리지(차입)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고 현금화가 편리한 한국 시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들어왔던) 장기투자(롱텀) 펀드들이 주로 빠져나갔던 지난해 하반기에 오히려 여유가 있는 헤지펀드나 '스마트 머니'는 한국에 들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초까지 우량주와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들고 있다가 최근 지수가 어느 정도 오르자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것이 아닌가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헌세이커 부장은 "한국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트레이딩 장세가 펼쳐질텐데 크게 빠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시장도 2007년과 같은 버블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2~3년이 지나도 코스피지수가 1300~1400포인트 정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티모시 모 아시아전략팀장은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비관적이다. 모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실망스러웠는데 곧 올 1분기 실적도 뒤따라 나온다"며 "기업들의 추가적인 이익 하향조정을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과거 1998년이나 2001년에도 한국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추이가 아시아 지역 내 다른 국가들보다 각각 6개월과 2개월 앞서 바닥을 쳤다"며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과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중단기 시장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