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일자리를 갉아먹는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해고 통지서'를 돌린다. 당장은 효과가 있다.

조직의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느슨해진 조직 분위기에 긴장감이 돈다. 인건비 부담도 던다. 그러나 후유증도 만만찮다. 자칫 기업을 살리려던 구조조정이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되기도 한다. 치밀한 '해고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퇴직 임원 관리도 기업 경쟁력

조직의 군살을 빼는 인력 구조조정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잘리는' 직원이 임원급일 때는 타격이 더 크다.

우선 개인에게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자산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기업의 별'인 임원이 하루 아침에 책상을 빼면 부하직원들의 '충성심'도 사라진다. 기업이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서면 우수 인재부터 빠져나가기도 한다.

퇴직 임원들이 경쟁 회사로 건너가는 바람에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대규모 법정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 등 일부 국내 대기업이 퇴직 임원에 대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후유증은 퇴직자에 대한 관리전략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며 "이젠 퇴직자 관리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의 불안감을 줄여라

상시적인 인력 감축에 익숙한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 촘촘한 퇴직자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퇴직 후 다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퇴직자에 대한 전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회사는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70%가 넘는다.

'전직 프로그램'에는 일자리 주선 등 직접적인 지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해고자와 그 가족에 대한 카운슬링을 실시,퇴직 후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을 빨리 털어내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명확한 인사원칙을 통해 개별 임원들이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GE는 성과가 부진한 하위 10% 인력에 대한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한 인사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해고의 가능성을 미리 알려 주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 이후 일정 기간 임금 지급과 재고용을 보장하는 '일시 해고(lay-off)'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해고 통지를 받더라도 최장 2년 정도까지는 기본급의 80~90%가량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곳에 일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원하거나 회사 사정이 좋아져 신규 인력이 필요할 때는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뽑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