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 사회가 바야흐로 '사과의 시대(Sorry times)'를 맞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보건장관 지명자인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이 탈세 논란으로 사퇴하자 "내가 망쳐버렸다"며 자책했고,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탈세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사죄했다.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의 간판 타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온 사실을 시인하며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경제위기에도 아랑곳 없이 고액 연봉을 챙겨온 월가와 자동차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의회 청문회에 불려 가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영국 BBC뉴스의 앵커 맷 프라이는 11일 온라인 칼럼 '워싱턴 다이어리'에 게재한 '사과의 시대'를 통해 오바마의 발언 등 잇따른 '사과 릴레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군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 직에 빗대어 오바마를 '최고 사과책임자(apologiser-in-chief)'라며 '사과의 백미'라고 지적했다. 연설의 달인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5개 방송 네트워크에 출연해 7개의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실수를 시인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르쳐버렸다" "내가 망쳤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는 실수했고,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며 잇따라 유감을 표시했다.

프라이는 특히 월스트리트를 겨냥해 은행가들은 '겸허하게' '진심으로' '마음 깊이' 등 반성을 담은 부사를 이용해 사과해야 한다며 "성과급을 반납하거나,자원봉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