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닙니다. 오늘부터 전쟁터에 끌려갔다고 생각하세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그러나 전쟁터를 눈앞의 적과 맞서는 '싸움터'로만 생각해선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전쟁터를 진정한 승리의 '배움터'로 생각할 줄 아는 인물이 진짜 리더다. 이번 주에 나온 책 중에서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위기 극복 전략과 리더십을 일깨우는 《CEO,역사에게 묻다》와 당태종 이세민의 '경청의 지혜'를 현대에 접목시킨 《당태종 읽는 CEO》가 눈길을 끈다. 두 권 모두 과거와 현재,미래를 연결하는 리더십 교과서라 할 수 있다.

《CEO,역사에게 묻다》는 윈스턴 처칠 등 유명 인물과 조직 80여개의 실례를 중심으로 조직의 최고 능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2차 대전 당시 정확한 정세 분석과 자신감,투지로 영국의 승리를 이끌어낸 처칠.그는 독일이 영국 전역에 폭격을 퍼붓는 와중에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았고 피폭 지역을 찾아가 연설을 하며 V 사인으로 결전을 독려했다. 그의 투지는 국민을 바꾸어놓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영국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고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미국 의회보다 먼저 선전포고를 했으며 마침내 유럽 전선 승리를 국민에게 선언했다. 자신감과 투지를 조직에 전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불굴의 추진력으로 선박왕이 된 헨리 카이저와 현장을 누비며 위기에 빠진 제록스를 구해낸 앤 멀케이,핵심 인력을 요직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미 육군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조지 마셜,친위세력을 구축하고 규장각을 설치해 노론 일색의 정국을 타개한 정조,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판을 바꾸어 단기간에 포르투갈을 강대국으로 만든 엔리케 등 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은 인물과 조직의 성공 드라마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이를 통해 'CEO를 위한 14가지 위기 극복 전략과 리더십'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합리적 낙관주의로 무장하라''유연하게 대처하되 원칙은 철저히 고수하라''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책을 세워라''위기를 제도 개혁의 기회로 만들어라''확실한 보상구조를 만들어라' 등의 항목을 유념할 만하다.

《당태종 읽는 CEO》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던 당 태종의 국가경영법을 통해 '귀를 열어 마음을 얻는' 리더의 조건을 체득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전쟁터에서 뼈가 굵은 그는 아버지를 도와 당 왕조를 세우고 천하통일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그러나 태자인 형이 동생과 손잡고 그를 공격해오자 격렬한 투쟁 끝에 이들을 제거하고 제위에 오른다. 이후 대대적인 숙청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과거의 적들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 형의 부하였던 위징(魏徵)의 학식과 인품을 아껴 죄를 묻지 않고 신하로 명해 국정을 논의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말을 했던 위징을 얼마나 아꼈는지 그가 죽은 후 당태종은 이런 말까지 남겼다.

"구리로 만든 거울을 보면 의관을 정제할 수 있고,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다. 나는 항상 이 세 가지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스렸는데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거울 한 개를 잃었다. "

목숨을 걸고 옳고 그름을 간언한 위징도 대단하지만 그 간언을 듣고 실천에 옮긴 당 태종의 그릇이 더 크고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를 통해 배우는 '군주의 10가지 덕목'도 유용하다. △욕심이 날 때 족하다는 생각을 하라 △궁전을 신축하고 싶을 때 민폐를 생각하라 △위기의식을 갖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라 △절제하는 마음을 가져라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 △생각이 막힐 때는 신하의 말을 경청하라 △참소하는 자가 있으면 몸을 바로 하여 악을 피하라 △상이나 은혜는 기쁜 마음으로 베풀라 △분노로 인해 벌을 무겁게 하지 말라.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