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급감하면서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 중이고,이로 인해 기업들은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물론 닛산 등 상당수 일본차 업체들까지 지난해 4분기 이후 줄지어 감산 및 감원 계획을 내놓았고,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최근 들어선 추가 구조조정 계획까지 발표하고 있다. GM은 본사와 전 세계 사무직 종업원의 14%에 해당하는 1만명가량을 올해 안에 감원키로 방침을 정했다. 닛산자동차도 일본 내 1만2000여명,전 세계적으로 2만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서서히 감원 바람이 불 조짐이다.
국내 최대 메이커인 현대 · 기아자동차가 중간 간부급의 몸집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줄인 데 이어 중간 간부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임원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간 현대 · 기아차 본사는 물론 연구개발과 영업부문 등 전 조직이 슬림화 대상이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겪고 있는 최악의 경영 부진에 대응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응 방법은 사뭇 달라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4000억엔(약 6조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감산에 따른 잉여 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고분(古墳) 손질이나 공원 청소 등 공익업무에 투입키로 했다.
도요타의 생산 자회사인 도요타자동차규슈는 대폭적인 감산에 따라 남아도는 인력을 자원봉사대로 조직한 뒤 공장이 있는 후쿠오카시에 파견해 공공 봉사업무를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봉사활동에 투입되는 직원은 정사원과 파견직 사원을 포함,7700명 정도로 이들은 고분과 견학도로 정비 및 청소 등의 일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봉사에 투입되는 직원들의 월급은 도요타규슈가 전액 부담한다.
도요타는 왜 잉여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인건비까지 지급하며 공공봉사에 투입할까. 도요타의 이번 결정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미래와 희망을 위해 직원들은 함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특유의 경영철학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무분별하게 회사의 주축 인력을 내보내게 되면,사정이 호전돼 앞으로 수요가 늘더라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노사가 한몸이 돼 진작에 글로벌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한 도요타와 사사건건 갈등과 대립을 빚는 국내 메이커의 위기대응 방식을 단순 비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엇이,어떻게,왜 다른지를 노조와 회사는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오토데일리 대표 semin4@auto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