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업자수 감소세가 연간 약 20만명에 이를 만큼 고용 사정이 극도로 악화될 것"이라며 "노동시장 제도 보완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한다.

성장률 내년에 플러스로 돌려놓겠다
●경제상황 진단

▶올해 성장률을 -2%로 전망한 근거는.

"내수 위축에 큰 폭의 수출 감소가 겹쳐 실물경제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3%)를 하향 조정하는 게 현실에 맞다고 생각된다. "

윤 장관은 -2% 전망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2% 전망은 분기별로 볼 때 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 -3.7% △2분기 -4.1% △3분기 -3.8% △4분기 2.8%를 가정하고 짠 것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0.5% 성장하고 3분기에 0.8%,4분기에 1.0%를 전제로 했다. 이는 매분기 전분기보다 나아진다는 시나리오여서 낙관론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요술방망이는 없다. 솔직한 소통이 중요하다. 끝내지도 못할 일을 이것저것 쏟아내서는 안 된다. 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

윤 장관은 정확한 상황인식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면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만수 경제팀이 장밋빛 정책이나 예산 뒷받침이 없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경기 회복은 언제나 가능할까.

"금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여 내년에는 추세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최소한 플러스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겠다. "

▶추가 경정예산 규모와 시기는.

"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내수 부진을 보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할 것이다. 일자리 늘리기와 서민이나 중소기업을 돕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시기는 2월 중에 추경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나 당과의 협의를 거친 뒤 3월 말까지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비정규직법 보완 필요 … 기간제한 없애는 것이 옳아
●일자리 대책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커질 것 같은데.

"취업자 수가 20만명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할 곳이 없는 청년들,아직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직장을 잃게 된 실직자 가장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참으로 아프다. 그래서 지금은 질을 따지기에 앞서 양으로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안이 있나.

"노동시장 제도 측면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무엇보다 비정규직법의 보완이 시급하다. 현재 2년인 비정규직 고용제한(정규직 의무전환) 기간은 아예 없애는 것이 옳다. 노령자 등 일부 계층에 한해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는 등 제도 선진화가 중요하다. "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규직 의무전환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노동계와 협의 중이다. 윤 장관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비정규직법 개정 방향이 전격 수정될지 관심이다.

▶일자리 나누기를 지원하는 정책은.

"일자리 유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줄 때 사업자가 부담하는 인건비를 저금리로 대부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고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원도 확대하겠다. "

긴급 복지지원제 확충 … 의료ㆍ교육 획기적 개혁
●서민생활ㆍ서비스산업

▶저소득층 지원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확충해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할 것이다. 다가구주택을 국가가 매입해 저소득층에 임대하고,그마저도 돈이 없어 못 들어가는 이는 보증금도 지원할 생각이다. 아울러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금리를 인하해 교육지원을 확대하겠다. "

▶신빈곤층 대책은.

"경제 위기로 새로이 어려움을 겪는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 실업자 훈련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추경 사업으로 우선 편성할 생각이다. "

▶경제 체질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나.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 비중을 낮추고 내수기반을 확충해서 대외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교육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분야의 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구체적인 복안은 갖고 있나.

"우선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는 민간 및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쟁원리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