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6성호텔 서비스가 일깨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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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고객감동, 매뉴얼답습으로 안돼
불편과 궁금증ㆍ불안 최소화해야
고객감동, 매뉴얼답습으로 안돼
불편과 궁금증ㆍ불안 최소화해야
'라면 먹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여성들의 눈을 통해 한국인의 모습을 살펴보는 TV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들이 꼽은 '한국에 살면서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 중 하나다. 다들 무릎을 치는 가운데 한국 연예인 한 사람이 반문했다. "그것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가 아니겠느냐."소비문화 연구가 다비스 보스하르트는 21세기 시장 트렌드를 전망한 저서 '소비의 미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더이상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소비란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보상이자 대리만족,욕망의 실현이고 꿈의 추구다. 현대인은 소비를 통해 타인과 구분하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는다. '
형편상 라면을 먹지만 커피는 유명제품을 마시는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상품만 그러하랴.서비스 역시 심리적 만족이 충족될 때 남다른 비용을 지불한다.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시간과 돈을 들여 W호텔 로비 '우바'를 찾아간 일도 그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6성급 호텔에서의 경험은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서비스의 개념과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계단형 실내는 젊음과 색다름을 내건 호텔답게 밝고 경쾌했다. 달걀 모양 의자와 빨간 미닫이문의 1인용 화장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감탄은 잠시,달걀 모양 소파는 담배불 구멍과 음식 찌꺼기 자국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종업원을 불렀더니 미안하다거나 닦겠다 혹은 바꾸겠다 대신 "손님들이 너무 함부로 다뤄서"라고 답하곤 휙 가버렸다. 게다가 호텔 소개 책자는 베개를 베게로 표기하는 등 오자에 문맥이 맞지 않는 곳 투성이었다.
W호텔 서비스에 실망한 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6성 호텔의 구멍 난 서비스가 실은 국내 서비스산업 전반의 서비스 개념 부재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싶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의 영역은 음식 · 숙박업부터 금융 · IT(정보기술) · 의료 · 법률 · 컨설팅 · 디자인 · 방송 · 통신까지 실로 넓지만그 근간은 모두 같다. 기술과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현장 인력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가 우선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내 음식점 가운데엔 손님의 요청이나 지적에 아랑곳없이 주는 대로 먹으라는 식으로 해놓곤 손님이 줄면 경기 탓을 하는 수가 적지 않다. 잘되면 내 덕,안되면 남 탓을 하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에선 문제점 내지 사후 관리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IT와 법률 쪽 역시 전문성 운운하며 소비자의 얘기를 무시하기 일쑤다. 수십년 동안 짜깁기 드라마를 만들곤 이제 와서 경쟁력 약화를 제작여건 탓으로 돌리는 방송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나쁘다는 건 뒤집으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서비스산업은 언어와 문화가 수반돼야 하는 만큼 외국 업체의 진입이나 장악이 간단하지 않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제조업보다 쉬운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세 단계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내놨다.
규제 완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세제를 비롯한 각종 지원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선행돼야 하는 건 서비스정신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립 및 철저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실천이다. 특히 행정당국이 솔선수범,서비스란 힘 없는 쪽이나 을(乙)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스하르트의 조언을 명심해야 함도 물론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객관적 효용보다 자신에게 중요하다 싶은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 구매는 설명 가능한 합리적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다. 미래의 잠재력은 고객의 경험과 체험 속에 내재돼 있다. 앞으로의 마케팅 키워드는 고객 관리가 아니라 고객 관계가 돼야 한다. '
형편상 라면을 먹지만 커피는 유명제품을 마시는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상품만 그러하랴.서비스 역시 심리적 만족이 충족될 때 남다른 비용을 지불한다.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시간과 돈을 들여 W호텔 로비 '우바'를 찾아간 일도 그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6성급 호텔에서의 경험은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서비스의 개념과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계단형 실내는 젊음과 색다름을 내건 호텔답게 밝고 경쾌했다. 달걀 모양 의자와 빨간 미닫이문의 1인용 화장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감탄은 잠시,달걀 모양 소파는 담배불 구멍과 음식 찌꺼기 자국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종업원을 불렀더니 미안하다거나 닦겠다 혹은 바꾸겠다 대신 "손님들이 너무 함부로 다뤄서"라고 답하곤 휙 가버렸다. 게다가 호텔 소개 책자는 베개를 베게로 표기하는 등 오자에 문맥이 맞지 않는 곳 투성이었다.
W호텔 서비스에 실망한 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6성 호텔의 구멍 난 서비스가 실은 국내 서비스산업 전반의 서비스 개념 부재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싶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의 영역은 음식 · 숙박업부터 금융 · IT(정보기술) · 의료 · 법률 · 컨설팅 · 디자인 · 방송 · 통신까지 실로 넓지만그 근간은 모두 같다. 기술과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현장 인력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가 우선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내 음식점 가운데엔 손님의 요청이나 지적에 아랑곳없이 주는 대로 먹으라는 식으로 해놓곤 손님이 줄면 경기 탓을 하는 수가 적지 않다. 잘되면 내 덕,안되면 남 탓을 하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에선 문제점 내지 사후 관리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IT와 법률 쪽 역시 전문성 운운하며 소비자의 얘기를 무시하기 일쑤다. 수십년 동안 짜깁기 드라마를 만들곤 이제 와서 경쟁력 약화를 제작여건 탓으로 돌리는 방송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나쁘다는 건 뒤집으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서비스산업은 언어와 문화가 수반돼야 하는 만큼 외국 업체의 진입이나 장악이 간단하지 않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제조업보다 쉬운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세 단계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내놨다.
규제 완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세제를 비롯한 각종 지원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선행돼야 하는 건 서비스정신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립 및 철저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실천이다. 특히 행정당국이 솔선수범,서비스란 힘 없는 쪽이나 을(乙)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스하르트의 조언을 명심해야 함도 물론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객관적 효용보다 자신에게 중요하다 싶은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 구매는 설명 가능한 합리적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다. 미래의 잠재력은 고객의 경험과 체험 속에 내재돼 있다. 앞으로의 마케팅 키워드는 고객 관리가 아니라 고객 관계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