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세계 동시 불황과 반도체 시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엘피다는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에 우선주를 지급하는 형태로 올 봄 수백억엔의 공적자금을 받아 자기자본을 늘릴 예정이다. 일본에서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신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일시적인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지난 3일 각료회의에서 결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은 정기국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는 PC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을 전문 생산하는 회사로,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16%(3위)다.

엘피다는 작년 여름 이후 반도체 가격 급락 등의 여파로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1000억엔(약 1조50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엘피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용자금이 1500억엔에 달하고,순자산도 지난해 9월 말 현재 3024억엔으로 당장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거액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만큼 여유자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에 공적자금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파산한 독일의 반도체업체 키몬다는 1500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D램 시장점유율 9.8%로 업계 5위인 키몬다는 악화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달 23일 파산을 선언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