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중 국내 제품으로는 유일한 '삼성 디카'가 불안하다.

콤팩트 디카의 수익성이 낮아져 지난해 1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는 DSLR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만들기에는 기술력이 일천하다는게 삼성 디카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도 내놓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디카 부문을 분리해 지난 1일 '삼성디지털이미징'이라는 독립 법인을 출범시켰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의 목표는 2012년 캐논을 제치고 '삼성답게'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 디카의 글로벌 점유율이 2007년 10%에서 지난해 말 8%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40% 가량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캐논과 니콘 등에 비해 격차가 크며 소니에 이은 4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앞으로 치고 나갈 핵심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캐논 등 글로벌 업체가 다양한 DSLR 제품군으로 시장을 선점한데 이어 최근에는 콤팩트 디카 가격에 근접하는 보급형마저 내놓고 있지만, 삼성은 제대로 된 DSLR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DSLR은 지난해 글로벌 디카 시장에서 10% 가량 비중을 보였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금액 면에서는 25%를 차지한다. 그만큼 수익성이 양호해 카메라 업계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은 지난해 중급 DSLR 제품인 'GX-20' 모델을 내놓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업체 제품을 들여와 외관만 일부 바꿨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광학 기술의 특성 상 단기간에 DSLR 기술력을 쌓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해외 DSLR 업체 인수나 기술 제휴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의 경우 광학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을 들여오는게 불가능하다"며 "일본 외 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디카 성장의 발판이 된 콤팩트 디카 시장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 위기 여파로 미국 코닥이 지난해 말 20% 가량 가격을 인하하는 등 사업 환경이 얼어붙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20만원에 파는 디카를 미국에서는 9만원 가량에 팔고 있다"며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 때문에 국내에서 그나마 이익을 남기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훨씬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원가 수준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팔고 있다는 것이다.

또 디카의 핵심 부품인 이미지센서 등을 자체 생산하기보다는 일본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비용 문제도 부담이다. 자체 개발 부품이 없다는 것은 경쟁업체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 디카 부문이 올해 말까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2010년까지 삼성 디카의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2~3년 뒤에는 삼성 디카를 다른 업체에 넘기거나 아예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성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캐논처럼 DSLR의 강점을 갖고 렌즈와 액세서리 등에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광학기술이 투자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며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지만 광학이나 정밀기계 분야에서는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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