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 악화 부담을 떨치고 지난해 말보다 3% 이상 오른 수준으로 마감했다. 새해 증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1월장이 강세를 보인다는 '1월 효과'가 재연돼 '어닝 쇼크'를 압도,증시가 선전했다는 평가다. 1월 마지막 장인 30일 코스피지수는 미 증시 조정으로 4.45포인트(0.38%) 내린 1162.11로 마감했으나 한 달 전체로는 37.64포인트(3.34%) 상승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상승률은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중국과 브라질에는 뒤졌지만 뒷걸음질친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인도보다는 크게 앞선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다 외국인이 2개월 연속 순매수하며 취약한 수급을 지원한 것이 상승장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나빠지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올라가는 등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높아져 증시 방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7000억원 이상 순매수

이달 코스닥지수(9.89%)와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세계 주요 16개 지수 중 두번째와 네번째로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3.35% 올라 미국 다우지수(-7.14%) 일본 닛케이평균주가(-9.77%) 홍콩 항셍지수(-7.44%)를 크게 앞질렀다. 1975년 이후 1월 국내 증시 상승률은 평균 2.0%로 11월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지만 '키몬다 효과'가 이를 상쇄하며 정보기술(IT)주가 급등한 것이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이들 업종대표주의 주가가 견조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많지는 않지만 순매수를 보이며 취약한 수급을 지원했던 요인도 컸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8779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이달에도 769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크게 줄어든 한국 증시 비중을 일부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금은 이달 들어 567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증시 지킴이'로 나서 추가 하락을 막았다.

이달 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종목별로 수익률 게임이 뜨겁게 전개됐다. 정책테마주로 부각된 유가증권시장의 NI스틸과 코스닥시장의 도움 서울제약 참좋은레져 등은 주가가 2배나 뛰었다. 코스피200종목 중에서도 KISCO홀딩스 한화 등은 50% 이상 급등했다.

◆종목별 수익률게임 대비해야

1월 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조재훈 부장은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반면 정책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이 하단을 지지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도 1000~1250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익재 센터장도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기부양책으로 작년 4분기나 올 1분기보다는 향후 경기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면서도 "시장을 꾸준한 상승으로 이끌 정도의 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이틀간 미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주가 수준도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의 186개 분석 대상 기업의 PER는 지난해 말 10.3배에서 이날 11.4배로 높아졌다. 조 센터장은 "2월도 지수보다는 업종과 종목 간 수익률 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종목장세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문혜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