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726억원의 적자를 내며 그룹 내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삼성SDI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딛고 인상적인 '턴 어라운드'를 일궈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5조3028억원의 매출과 1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4분기에도 512억원의 흑자를 냈다. 주력 업종을 '디스플레이'에서 '에너지'로 바꾸는 등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

2차전지 매출 두 배로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이 2007년에 비해 34.8% 늘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같은 매출 신장세는 지난해 9월 별도의 회사로 분리된 모바일디스플레이(MD) 사업을 제외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MD 사업을 포함하면 6조7356억원으로 매출이 늘어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4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수지는 1935억원 적자에서 적지않은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휴대폰,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가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의 전지 매출은 2007년 9120억원에서 2008년 1조8160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전지 판매량은 4억7600만개로 전년에 비해 27%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가격이 비싼 고용량 전지가 집중적으로 팔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의 2차전지시장 점유율은 2007년 15.6%에서 지난해 17.1%로 높아져 일본 소니를 꺾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 분야 1위 기업은 일본 산요다. 회사 관계자는 "전지 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을 상회한다"며 "PDP 적자를 전지가 메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PDP 부문은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PDP 매출과 판매량은 2조170억원과 430만대로 2007년보다 각각 37%와 39%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이 낮은 CRT(브라운관) 매출은 1조2700억원으로 2007년보다 12% 감소했다.

'턴 어라운드'는 계속된다

삼성SDI는 최근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CRT 사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데 이어 주력 사업인 PDP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밀려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4년 9조3218억원의 달했던 매출은 매년 1조원 이상씩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04년 8.3%에서 2005년 3.9%,2006년 2.0%로 매년 떨어졌다. 최악의 상황이 찾아온 것은 2007년이었다. 전성기의 절반 수준인 5조1490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5926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SDI는 우선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국내 CRT 생산시설을 모두 정리했으며 효율이 떨어지는 PDP 라인도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은 삼성SDI가,판매와 마케팅은 삼성전자가 맡는 방식의 통합경영을 통해 사업 효율을 높인다는 자구책도 내놓았다. 몸집이 가벼워진 SDI는 비중이 작았던 2차전지사업에 인적 · 물적 자원을 집중했다. 전지 분야 임원을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리고 충남 천안에 2차전지 셀을 만드는 생산라인 두 곳을 추가로 건립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턴 어라운드가 가능했던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치기 전에 사업 구조조정을 대부분 마쳤기 때문"이라며 "전기자동차용(EV) 리튬전지 등 차세대 사업 아이템들이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 회사가 한 층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에너지 사업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업(業)의 개념'을 'GRS를 통한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업'으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G는 'Green'(친환경),R은 'Recycling'(2차전지),S는 'Storage'(에너지 저장)를 의미한다.

이 회사는 GRS와 관련된 시장규모가 2008년 190억달러에서 2015년 982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는 GSR과 관련된 사업 중 전기자동차용(EV) 리튬전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6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함께 만든 합작사 SB리모티브를 통해 2010년부터 시제품을 내놓고 2020년까지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한다는 게 삼성SDI가 세운 로드맵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